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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사 아니라고 차별…학교, 이래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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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교사 아니라고 차별…학교, 이래도 되나요? [좌담회] 학교 비정규직의 목소리…"우리도 전문직입니다"
한 아이가 학교에 가서 하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과 마주칠까.

비정규직 강사의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비정규직 학교 도서관 사서를 만나 책을 빌린다. 비정규직 급식실 조리원이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과학 시간에는 과학 실무원이 마련해준 준비물로 실험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라면, 등교부터 하교까지 하루 종일 비정규직인 특수교육지도사의 돌봄을 받는다. 수업이 끝나고 진행되는 '방과 후 학교'나 '돌봄 교실' 선생님도 비정규직이다. 하교할 때 보는 경비 직원조차 비정규직이다.

'교사 업무 경감'이라는 명목으로, 혹은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은 꾸준히 늘어왔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올해 '학교 회계직'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은 14만여 명에 달하며, 각종 수당을 합해도 평균 월급은 134만여 원에 불과하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 속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문직 종사자로서 학교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입을 모은다. <프레시안>은 좌담회를 열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고충과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회계직연합회 학교비정규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다. 좌담은 8월 23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전회련 경기지부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좌담회 참가자 소개
이현숙 : 7년 차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
서유진 : 3년 차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
김애경 : 3년 차 초등학교 돌봄 강사
안명자 : 9년 차 초등학교 특수교육지도사

▲ 왼쪽부터 안명자, 김애경, 서유진, 이현숙 씨.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프레시안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며, 일과나 노동 조건은 어떤가요?

이현숙 : 급식실 조리사예요. 오전 7시 50분에 출근해서 발판 소독하고, 검수하고, 아이들 점심 준비하고 배식합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제일 바빠요. 2시부터는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4시에 퇴근합니다. 방학 때는 일을 안 하고 개학 3일 전에 나와서 청소합니다. 275일 일급을 연봉으로 하면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받아요.

서유진 : 학교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중심이에요. 모든 장서의 시작이 이용자 기준이거든요. 저는 오전 7시 반까지 고등학교에 와요. 교직원 정상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지만, 저에게는 적용이 안 돼요. 수업이 오후 4시 50분에 끝나면 애들이 도서관에 쏟아져 나오거든요. 대출, 반납하고 뒷정리하면 빨라야 오후 5시 반에 끝나요.

우리 사서들은 아이들이 책 빌리러 오는 쉬는 시간이 바빠요. 학과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라고 하면 찾아다 줘야 해요. 수업 시간에는 문서 공문이나 프로그램 계획, 장서 점검을 해요. 고등학교는 방과 후 수업 때문에 방학 때 도서관도 열어요. 연말에는 파손된 장서가 있는지 일주일 안에 점검해야 해요.

사서들의 근속연수가 기본 6년은 넘어요. 그런데 무기계약직은 적어요. 무기계약직을 안 시키려고 학교에서 2년마다 서로 맞바꾸거든요. 그러면서 교사 수준 이상의 일을 요구해요. 애들 학습 교육 프로그램, 독서 교육 프로그램도 사서가 진행해요. 교사는 연수도 가고 방학 때도 쉬지만, 우리는 못 쉬어요.

우리는 일당 5만2200원을 받아요. 세금 떼면 월급이 130만 원이에요. 교사들은 사서들이 독서 프로그램 지도, 독서 치료, 독서 캠프 수업을 해주길 바랍니다. 다른 강사를 쓰면 강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자기 학교 사서에게 맡기면 강사비가 안 나가거든요. 그건 부당해요. 다른 학교 선생님끼리 사서를 맞바꾸면 강사료가 나오고, 내가 내 근무시간에 일하면 강사 수당이 안 나와요.

▲ 김애경 씨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김애경 :
초등 돌봄 강사는 6시간제, 8시간제가 있는데, 저는 평상시에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요. 12시에 사무, 행정 업무,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 방과 후 특기 적성 프로그램 보내고, 숙제 봐주고, 수학·국어 보충 수업을 해요. 오후 3시부터 컴퓨터, 종이접기, 한자, 공예, 논술 등 수업을 하지만 특별 수당은 없어요. 5시에 독서나 영화 보기 하고 귀가를 지도해요.

방학 때가 문제에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해요. 출결 확인, 쌀 씻기, 12시 배식. 오후 1시 설거지, 2시 간식 조리해요. 설거지하고 3시부터 교실 청소하고 퇴근해요. 우리는 돌봄 강사지 조리사가 아니거든요. '자유 놀이' 중이라고 해도 돌봄 강사가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데, 방학 때는 꼼짝없이 싱크대 앞에 붙들려 있어요. 아이들에게 과제를 던져놓고 난 주방에 있고, 문제 풀이를 시켜놓고 설거지하느라 검사도 못 하고 질문도 제대로 못 받아요.

돌봄 강사가 조리, 행정까지 하는 게 문젠데, 교육청은 "예산이 없으니 너희가 더 하라"고 해요. 내년에 초등 돌봄 교실을 무상으로 하겠다는데, 방학 중에 조리사 배치할 돈도 없다면서 어떻게 무상 돌봄 교육을 할지 의문이에요. 임금은 6시간제는 106만 원, 8시간제는 142만 원이에요. 8시간제를 하는 학교들에서 최근 6시간제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월급이 내려간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안명자 : 저는 중증 장애 아동을 맡는 특수교육지도사예요. 주로 자폐아를 맡는데, 교문 앞에서 아이를 마중해서 하교할 때 부모님에게 인계하기까지 계속 붙어 있어야 해요. 자폐아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에게 매달려야 하거든요.

지도사는 아이들이 다른 친구와 어울리게 해야 해요.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를 이해하고, 장애 아동도 비장애 아동과 함께 어울리도록 해야 해요. 특히 아이를 통제할 교사가 없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중요해요. 반드시 아이들을 지켜줘야 해요. 화장실 사용도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1년 동안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서 대소변 보는 법을 지도해요. 우리는 실질적으로 그 아이가 살아가는 데 기초적이고 필요한 일을 해요.

한 반에 장애 아동이 4명 이상 있으면 실무사가 배치돼요. 저는 4명을 다 맡죠. 4명 데리고 식사를 지도하면, 한쪽은 밥 먹고, 한쪽은 토하고, 먹고 쏟고…. 1년 반 동안 위장약을 달고 살았어요. 옷에다 대소변을 싸면 씻기고 갈아입혀야 해요. (대변의) 촉감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어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에요.

자폐 아동은 자기 이름이나 자기가 어디 사는지를 잊어버리기도 해요. 행동반경을 벗어나면 길을 잃기도 쉬워요. 그래서 수업 중에 아이를 데리고 매일 같은 코스로 동네를 산책시켰어요. 슈퍼마켓에 인사시키고 이 아이를 봤을 때 학교에 연락하라고 당부했어요. 대중교통 태우는 연습도 했어요. 학교 오기 전에 그 아이 집에 방문해서 아이 데리고 같이 버스 타고 학교 오는 걸 1년간 했어요. 임금은 한 달에 90만 원 정도예요. 방학 때는 일이 없어요.

"도서관 사서들은요, 애들이 예뻐서 있어요"

프레시안 : 학교에 있는 동안 아이들과 겪은 감동적이거나 서러웠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현숙 : 급식실에 있다 보니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건 식당이에요. 우리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있고, 조리 실무사라는 호칭이 있지만, 아이들 눈에는 '식당 아줌마'로 비칠 때 섭섭하죠. 우리가 식당에서 애들이 흘린 것들을 닦고 치우고 다니는데, 아이들이 그게 자기 옷에 묻을까 봐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기분이 좀 그렇죠.

반대로 "오늘은 뭐가 맛있었어요", "아줌마들 중에 아줌마가 제일 예뻐요" 하는 아이도 있어요. 선생님들도 어떤 선생님은 "수고하신다,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떤 선생님은 몇 년을 봐도 소 닭 보듯 해요. 인상 쓰고 한 손으로 식판도 받고 가시면 섭섭하죠. 어느 선생님은 "잘 먹었다"면서 전근 가실 때 선물을 주고 가셨는데, 보람이 있었어요.

서유진 : 도서관 사서들은요, 애들이 예뻐서 있어요. 애들은 우리가 교사인지 비정규직인지 몰라요. 다 선생님인 줄 알아요.

▲ 서유진 씨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도서관을 똑똑한 애들만 찾지는 않아요. 혼자인 외로운 애들이 도서관에 와요. 저 녀석이 혼자구나 싶으면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서 기억해주고 그러면 그 친구는 계속 도서관에 와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도서관에 오는 애들끼리 친구라면, 아는 척을 해줘요. "OO이랑 왜 안 왔어?" 하고요. 그러면 다음에 같이 와요.

한 어머니가 저를 찾아온 적이 있어요. "제가 OO이 엄마예요. 선생님, 우리 OO이가 집에만 오면 사서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말해요." 애가 중학교 때 '은따'를 당했는데, 사서 선생님 덕분에 고등학교를 재밌게 다닌다는 거예요. "엄마, 사서 선생님이 이 책 보내줬어" 하고요. 그때 참 기뻤어요.

사서들은 도서관의 애들 웃음소리 때문에 견디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는 책 정리하고 등록하고, 쉬는 시간에는 애들에게 치여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버텨요. 내가 봤던 아이가 늘 만화책, 판타지만 보다가 일반 서가에서 수필을 섭렵하는 변화를 볼 때, 반에서 중간 정도인 아이를 독후감 대회에 추천했더니 상을 타올 때 보람이 있죠.

김애경 : 돌봄 교실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정교실 선생님과 돌봄 교실 선생님에게 느끼는 정서적인 유대감이 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학교 다녀와서 엄마 대하듯이 조잘거려요. 저희를 '엄마, 할머니'라고 부를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 주 양육자 호칭이 헛나오는 거예요. 나에게 주 양육자 같은 느낌을 아이가 받고 있다고 느끼고, 그렇게 불릴 때 보람을 느끼죠.

방과 후 특기 적성 프로그램은 강사를 섭외해서 하는 거거든요. 이전에는 방과 후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아이가 혼자 학교에 머물다가 교육받고 하교했는데, 돌봄 교실이 생기면서 아이가 완전히 하교할 때까지 안전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님 신뢰도가 높아요.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머리핀, 비누를 받기도 하고, 아이들이 아무 날도 아닌데 편지 써서 주기도 해요. "선생님 이사 가지 마세요. 선생님 결혼해도 하셔야 해요."

학부모가 가장 믿는 곳이 학교예요. 학부모와 돌봄 강사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돌봄이 운영됐으면 하는데, 돌봄을 위탁으로 돌리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전국 '무상 돌봄'을 내년까지 급하게 도입하려니, 공간은 부족하고 학교 안에서 수용 못 하는 상태거든요. 그러니 '사회적 기업이 좋네' 홍보하면서 학부모 마음을 돌리려고 유도하지만, 본질은 학교에서 시작한 걸 민간 어린이집에 맡기듯 민간으로 내준다는 거죠. 사회적 기업이 아무리 복지 단체라도 정부가 하는 것보다는 수익을 내야 하거든요. (☞ 관련 기사 : 박근혜 '온종일 학교', 학부모에게 물어보니…)

안명자 : 저희 아이들이 선생님을 끝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나는 이 일에 대한 신념이 생긴 때가 초등학교 1학년 자폐증을 겪는 여자아이를 맡았을 때였어요. 말도 못하고 소리 지르고 몸으로 의사 표현하는 게 전부였던 아이에게 왠지 애정이 갔어요. 6년 생활하고 중학교 보냈죠.

그 아이와 하루 2시간씩 산을 탔어요. 6년 동안 산을 타니 아이 행동반경이 바뀌고, 이름 석 자도 스스로 쓰고, 지시하는 언어를 알아듣고, 짧은 단어를 발음하고, 사람과 눈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와 6년 살면서 서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말하지 못해도 이 아이가 내 손을 잡으면 어디를 가자는 뜻인지, 나를 안을 때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됐어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의 서글픔을, 그들이 왜 죽고 싶다고 하는지 참 많이 알게 됐어요.

그 아이가 중학교에서 뛰쳐나가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어요. 버스 기사가 보기에 아이가 이상하니 경찰서로 데려갔는데 유일하게 하는 말이 'OO초등학교'였대요.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물어도 계속 "OO초등학교"라고 했다고. 경찰이 전국의 OO초등학교에 연락을 돌리면서 우리 학교까지 전화가 왔는데, 딱 느낌이 내 새끼(제자) 같은 거예요. 제가 길 잃어버리면 "OO초등학교의 OOO(아이 이름)"이라고 말하라고 가르쳤는데, 자기 이름은 못 말했어도 첫머리였던 OO초등학교를 기억한 거예요. 아이를 찾은 엄마가 울면서 "내가 죽더라도 평생 우리 아이를 책임져달라"고 하는데 짠했죠.

"6년 만의 식사 자리, 한정식 골랐더니 청국장·된장찌개 먹으래요"

프레시안 : 비정규직이라서 학교에서 겪은 차별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 이현숙 씨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이현숙 :
고용 불안은 비정규직이기에 늘 겪죠. 비정규직이기에 항상 있는 거고요. 학교에서 차별로는, 급식실이 좀 외진 곳에 있고 분리돼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학교 교직원임에도 교사들이 회식할 때는 우리는 늘 배제돼요. 7년 동안 학교에 다녔는데, 졸업 앨범 사진에 다른 비정규직 선생님들은 찍혀도 우리가 찍힌 적은 없어요.

또 한번은 교장 선생님과 밥 먹을 일이 있었는데, 먹고 싶은 걸 고르라기에 제가 한정식을 골랐어요. 교장이 알았다면서 다음 날 영양사를 통해서 "한정식은 맛이 없더라. 청국장과 된장찌개 둘 중 하나를 골라라"라고 하는 거예요. 6, 7년 있으면서 밥 한 번 사준 적 없는데…. (조리사는 교장이 직접 고용하나요?) 예전엔 교장이 고용했는데, 요즘은 교육감 직고용제로 바뀌었어요. 지금은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서유진 : 학교에는 '사서 교사'가 있고 사서가 있어요. 교직원 자리인 '사서 교사' 자리가 나면 비정규직 사서를 쓰지 않아요. 교사 수가 법으로 정해지다 보니, 정규 교사들이 단기 연수를 받고 (독서 토론, 독서 치료를 하는) 사서 교사로 전환해요. 신규 채용이 아예 없어요.

사서 모임이 있었는데, 제가 발언을 했어요. 그랬더니 정규직 사서 교사가 "그 자리가 어떤 자린데, 당신이 와서 발언하느냐"고 했어요. 사서 교사와 내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교사가 사서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어요. 저는 이 일로 재계약이 안 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도 재계약이 됐어요. 고용 안정도 윗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져요.

김애경 : 저는 3년 차 무기 계약직인데, 1년마다 근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해요. 고용은 연장되는데 몇 줄 몇 줄이 바뀌면서, 부당 업무가 새 계약서에 자꾸 포함돼요. 무기 계약서이지만 계약서는 계약서이니 부당 업무임을 알고도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보육 교사' 자격증 1, 2, 3급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명칭이 '교사'에서 '강사'로 하락했어요. 돌봄 교실이라는 명칭도 과거에는 '보육 교실'이었어요. 그런데 교육부는 교육은 빼고 돌보미 역할만 하라는 거예요. 우리가 교과서 펼치고 안 배운 거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이미 배운 걸 복습하는 거예요. 집에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교육 범주에 들어가는 컴퓨터, 한자, 미술, 영어, 종이접기도 우리가 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더러 돌보미만 하래요. 간식만 챙겨주래요. '보육 교사'에서 '돌봄 강사'로 바꾸려고 하는데, 명칭도 확정이 안 됐어요.

안명자 : 교사들이 대학원에 가거나 박사 코스 밟을 때는 교육비를 일정 부분 할인하거나, 연수 처리를 하거나, 수업시간 외 퇴근 시간을 빠르게 하는 식으로 배려합니다.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제가 대학원을 신청했는데, 교장이 나를 불러서 한마디 했어요. 대놓고 "정교사는 학사인데, '보조원'은 석사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이 아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 많은 걸 배우고 싶으면 정식으로 학교 떠나서 임용 고시를 보거나, 기간제 교사로 다시 와라." 그래서 비정규직 선생님 중에 대학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육 교사'를 보육 교사라 부르지 못하고…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내가 바라는 처우 개선'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현숙 : 급식실에는 가스나 불같이 위험한 요소가 많아요. 튀김 만들 때도 화상도 입고 한겨울에도 더워요. 너무 열악한 환경임에도 우리는 위험수당을 못 받고 있어요. 호봉제나 교육공무원직 도입도 필요하지만, 위험수당을 꼭 받았으면 합니다.

서유진 : 학교라는 곳이 희한해요. 교사여야만 인정받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교사만 아니라 전문직이 많거든요. 조리사도 전문 직종이고, 장애 아동 분야에는 특수 전문가가 있어요. 우리는 사서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어요.

그런데 학교나 나라의 윗사람들은 특수 직종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아요. 교사들이 그거 배워서 하라는 거예요. 현실을 판단 못 하고 먹히지 않는 대책을 만들어요. 교사들은 교사대로 우리가 교사의 직위를 요구하는 줄 착각해요. 우리는 나의 전문 직종을 전문적으로 하니, 정당하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거든요.

김애경 : 우리는 '보육 교사' 자격증 가지고 채용된 사람이 주예요.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채용됐는데, 보육 교사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강사'라고 해요. 우리는 '보육 교사' 전문가로 인정해달라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정교사만 쓰는 '교사' 두 글자를 부르기 싫다고 해요. 자격증에 적혀 있는 '보육 교사' 4글자로 부르기 싫다고 해요.

▲ 안명자 씨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안명자 :
국가에서 돈, 예산이 없어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부 예산과 무관한 기본적인 처우 개선도 많아요. 특히 육아 제도가 시급해요. 공무원은 육아 휴직을 3년 가는데, 비정규직은 1년 가요. 공무원은 60일 유급 병가인데, 우린 21일이에요. 무급 병가도 마찬가지로 차별이 있고요. 질병 휴가를 비롯해 모든 제도가 형평성에서 너무 어긋나요. 그러니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과학 실무사도 제도를 모르고 세상을 비관한 거예요. (☞관련 기사 : '질병 퇴직' 50대 학교 비정규직, 목매 숨진 채 발견)

처우 개선이 호봉제나 교육공무직제 도입만 있는 게 아니에요. 돈 안 들어가면서 법령 하나 바꾸면 되는 처우가 많아요. 국가가 우리가 실생활에서 몸으로 느끼는 처우 개선을 해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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