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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하청화'…청년·일용직만 죽어나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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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하청화'…청년·일용직만 죽어나가는 이유! [기자의 눈] 노동부의 특별감독, 실효성 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지금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듯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그리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붕괴 사고 등 잇따른 하청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나섰다.

노동부는 2일 폭발사고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공사 원청업체 포스코건설을 대상으로 7일부터 2주간 안전보건특별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은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08개 공사현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더불어 노동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작업 중 발생한 용역업체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은성PSD)를 대상으로 7일부터 2주간 특별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서 하는 근로감독을 말한다.

▲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 씨의 어머니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뒷북' 특별감독, 효과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뒷북' 특별감독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시끄러우니 이를 잠재우기 위한 '쇼(show)'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동안 진행된 노동부의 특별감독이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 3월 한 달 동안 3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여론이 들끓자 노동부는 부랴부랴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그해 4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이뤄진 안전보건 특별감독에서 작업중지 41건, 사용중지 18건, 시정요구 375건, 시정권고 80건 등 모두 562건이 적발됐고 고용노동부는 총 10억 원의 과태료를 현대중공업에 부과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여전히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10억 원 과태료도 6억 원으로 깎아줬다. 특별감독 이후에도 그해에만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2016년 들어 이 업체에서 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이중 5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이에 다시금 여론이 들끓자 노동부는 또다시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노동부 특별감독관, 안전보건 전문가 등 35명을 투입해 8일 동안 진행한 것. 그 결과 노동부는 위법사안 185건을 사법처리하는 한편, 42건에 대해서는 2300만 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이후 아직까지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원‧하청 제도는 효율성과 노동유연화를 위해 사용하는 제도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제도가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이 구조 속에서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피할 길이 없다.

원청 노동자, 즉 정규직 노동자는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맡긴다. 일명 '위험의 외주화'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열아홉 청년도 마찬가지다. 철로에서 해야 하는 일은 원청 노동자가 하지 않는다. 서울메트로는 안전업무를 외주화한 지 오래다.

4명이 사망한 남양주 지하철공사 붕괴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노동자들은 모두 일용직 노동자였다. 공사 발주처인 포스코건설 노동자가 거기서 일할 리 만무하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효율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죽어나가는 사람들, 처벌받지 않는 사람들

백번 양보해서 효율성의 선봉에 서있는 지금의 원‧하청 구조를 바꿀 대안이 없다면, 적어도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안전감독을 강화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수반되어야 한다. 징벌적 예방조치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제껏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관련해서 원청 관리자가 실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하청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업무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청이지만 정작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일례로 2011년 이마트 냉동고에서 4명의 노동자가 질식사했다.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마트는 냉동고 관리를 트레이닝 코리아라는 곳에 위탁했고 이 트레이닝 코리아는 관리 작업을 또다시 외주화했다. 그 외주화한 업체의 사업주와 노동자 3명이 일하다 질식사 당한 것. 이들 중에는 등록금을 마련하려 일하던 대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 사건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만 냈을 뿐이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노동건강연대는 2014년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있었던 3건(하청 노동자 4명 사망)의 사고 관련해서 현대중공업과 하청의 대표 및 관련 관리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 대표는 무죄를 받았고, 이하 관리자들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청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원청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 2011년 주요 사망사건 1심 판결 현황. ⓒ정해명

하청 노동자의 죽음, 누구를 탓하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해외에 비해 친기업적이라서 그런 걸까. 며칠 전 세미나에서 만난 노동보건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자체로는 매우 잘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것.

하지만 이러한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행정력이나 사법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하청업체 안전사고에 원청이 책임 있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청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관련해서 원청은 물론, 하청도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번에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청년은 한 달에 144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남양주역 지하철 붕괴사고로 죽은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일당은 16만 원 이었다. 싼 비용에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게 '하청'의 이유다.

그러다 하청 노동자가 죽어도 원청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기에 지금의 죽음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일조해온 우리 자신을 탓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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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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