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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 첫 방미…'MB코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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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 첫 방미…'MB코드' 통할까? 대북정책ㆍ한미FTA 등 '접점 찾기' 쉽지 않을 듯
미국 오바마 당선인의 대선승리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이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각종 정책방향에서 'MB코드'와 충돌하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 측과 과연 어느 정도의 공감대와 공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청와대 측은 이번 미국방문 기간 중에 이뤄질 G-20 정상회의, 오바마 당선인 측 인사들과의 직·간접적인 접촉 등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통상분야, 북핵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분야 등에 걸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는 방침이지만 자칫하면 '정책적 차이'만 재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앞선다.

대북정책 설명하는데…하필이면 남북관계는 '최악'

애초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문제 보좌역, 제프리 베이더 아시아 정책 담당자 등 오바마 당선인의 참모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의 정책간담회부터 혼선이 생겼다. 오바마 당선인 측 인사들이 인수위 차원의 '외부접촉 자제령'에 따라 불참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G-20 정상회의에 파견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짐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과 회동하는 것으로 미국순방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 G-20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14일 낮 (한국시간 15일 오전)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를 방문해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브라이트 전 장관 등과의 회동은 오바마 당선인 측의 요청에 따라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는 세계 금융정상회의를 통해 어떻게 금융위기를 극복할 것인지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논의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30분 정도에 걸쳐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는 한미 FTA, 북핵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이 폭넗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설명한 뒤, 북핵사태 해결을 위해서라면 오바마 당선인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올브라이트 전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미국 내 '햇볕정책 전도사'로 잘 알려진 올브라이트 전 장관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상호이해'가 이뤄졌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단절돼 있는 데다, 최근 북한 측이 유례 없는 대남 강경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는 대목도 이 대통령이 오바마 측 인사들에게 '비핵·개방·3000구상'의 요체를 설득시키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는 지적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돕다 오바마 캠프에 합류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귀국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극찬했을 정도로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인사다. 그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야 김 위원장과 논의할 수 있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미국 민주당 측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의 정책간담회는 오바마 당선인 측 참모들의 불참으로 시작부터 다소 김이 빠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 사이의 공감대는 "북핵 해결을 위해선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는 수준의 원칙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에 브루킹스 연구소 측 참석자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고 북한이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해 중요하며 특히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긴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 측에선 이 대통령과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등이, 연구소 측에선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 등 7명이 참석했다.

"보호무역주의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FTA 비준 압박할 수 있을까

한미 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한미 FTA 비준 문제도 별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의 투명성·책임성 증진'을 전제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역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같은 입장표명이 한미 FTA 비준에 제동을 걸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 측에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원론적인 입장표명이 한국, 파마나, 콜롬비아 등 각국과의 FTA 비준논의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 측을 과연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15일 오전에 열릴 G-20 1차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우려가 있으며 신흥경제국이 이에 따른 피해를 더 많이 보게 된다"는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또 이 대통령은 참가국 정상들을 상대로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도 할 예정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현재 지구촌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G20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한 20개국 정상들과 스트로스-칸 IMF총재,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마리오 드라기 금융안정화포럼(FSF) 의장이 참석하게 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방문 이후 브라질과 페루를 각각 방문하며 22일부터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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