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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약'은 유승민이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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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약'은 유승민이 판정승! [광장편지] 유승민·이재명·심상정의 노동공약을 보라
광화문 캠핑촌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에 두툼하던 촌민들 외투가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새벽녘 추위가 여전히 매섭지만, 한낮 햇볕은 제법 따스합니다. 새해 들어 가장 많은 100만 인파가 모여 발 디딜 틈 없었던 주말, 촛불의 기운이 광장의 봄을 성큼 느끼게 합니다.

캠핑촌 식구들은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2차 행진 준비로 여느 때보다 바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지난 2월11~12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안해 특검에서부터 삼성, 법원, 국회를 거쳐 청와대까지 16킬로미터를 걸었던 1차 행진에 많은 시민들이 응원을 보냈고, 2차 행진이 추진되었기 때문입니다.

1차 행진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청년과 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2차 행진을 제안했습니다. 박근혜와 재벌총수의 구속을 시작으로 불평등과 특권이 사라지고,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며,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 아이들과 친구들을 보니, 하청노동자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청년세대들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고 청년실업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지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요새 청년들을 일컬어 희망을 포기한 세대라고 부르잖아요. 희망을 포기하고 사는 것처럼 무섭고 암울한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젊어 고생은 사서한다는 말은 젊은 사람들 등골 빼먹겠다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동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이 병든 세상을 싸워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노동자들,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 그리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이 투쟁하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부족하지만, 이 늙은 노동자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2월24일 서울 대치동 특검 앞에서 열린 '정몽구를 이재용 옆방으로' 집회.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소렌토를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명노 씨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현대-기아차 직영점 정규직 노동자가 대리점 비정규직 판매원의 금속노조 가입조차 가로막는 노동판에서 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편지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박점규

비정규직이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다

젊은 청춘들로 가득한 강남역 뒷골목. 젊은이들이 오랏줄에 묶인 박근혜, 이재용, 정몽구 조각상을 앞 다퉈 카메라에 담습니다. 더러운 뇌물을 주고받은 재벌들의 얼굴로 만든 '재벌 쓰레기' 리어카와 박근혜 시대 청년들의 고통을 표현한 '청년의 짐' 리어카도 인기입니다. 파견미술팀 예술가들이 일주일 동안 만든 작품입니다.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을 패러디한 '민심'의 '아푸면 싸우장' 컵라면은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2015년 8월 강남역에서 안전문을 고치다 숨진 스물여덟 청년,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먹지 못하고 전철에 치어 숨진 열아홉 청년을 기억하기 위해 1000개의 컵라면을 나눠주었습니다.

반품 및 교환 장소는 청와대, 부정․불량정권 신고는 국번 없이 촛불, 유통기한은 서울구치소 입감시까지, 적폐 원산지는 효자동청와대, 권장소비자가격은 20억(명마 블라디미르 가격)… 신기한 표정으로 사발면을 받아 든 청년들이 패러디한 뚜껑을 보고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놀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강남역은 돈 많은 청춘들보다 가난한 청년들이 더 많습니다. 법전보다 두꺼운 어학원 교재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알바하는 젊은이들이 즐비합니다.

'아푸면 싸우장' 패러디 사발면 인기

강남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했던 아르바이트노조 이가현 위원장이 얘기를 들려줍니다. 주문을 보고 빵을 굽고 포장지 위에 햄버거 속 재료를 넣고 포장까지 45초에 햄버거를 완성해야 합니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17분 30초 내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답니다.(17분 30초 배달제)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직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햄버거가 달랐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만이 아닙니다. 어학원인 해커스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 미만 쪼개기 계약을 하고, 의무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고, 아르바이트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관리해왔다고 합니다. 화려한 강남, 휘황찬란한 거리 뒤안길에서 푸르디푸른 젊음이 속절없이 야위어가고 있습니다.

가난한 젊음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름은 ‘컵라면 콘서트와 삼각 김밥 문화제’. 알바로 시작해 인턴, 계약직, 파견직으로 이어지는 청년들의 노동,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젊은이들의 노동을 기억하며, '폐기' 인생을 넘어 '패기' 인생으로 노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콘서트입니다.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와 5인조 밴드 스트릿건즈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청춘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습니다. 늙은 노동자들까지 일으켜 세워 흥에 겨워 몸을 흔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어학 공부와 스펙 경쟁, 알바 노동에 지친 청년들은 발길을 머무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컵라면 콘서트, 삼각 김밥 문화제

ⓒ박점규
1박2일 행진 이튿날인 25일. 노동자와 학생들은 정부종합청사에서 시작해 SK본사, 청년희망재단을 거쳐 광화문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박근혜가 1호 펀드를 구입한 청년희망재단은 2016년 해외 일자리 59개를 만드는 데에 무려 23억4000만 원을 썼습니다. 일자리 1개에 4000만 원씩을 들였는데 이마저도 절반 가까이가 계약직이었고, 추진 1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청년들은 "그들은 청년 일자리를 팔아 돈과 칭찬을 챙겼지만 그 자리에 일자리는 없었고 사기극만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청년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박근혜 사진에 먹물을 부었고, '아프니까 투쟁이다'라는 대형 붓글씨를 썼습니다.

100만이 모인 광화문 광장.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들은 무대에 올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노동자-청년학생 선언문’을 낭독했습니다.

"우리는 48시간 동안 청년, 노동자를 만나며 달려왔다. 재벌이 쌓은 적폐를 쓰레기차에 싣고, 청년, 노동자의 고단함을 수레에 싣고 바로 이곳, 해방구가 될 광화문까지 거침없이 전진했다. 이곳에는 부당한 권력과 불의에 맞서, '촛불을 든 내손'으로 박근혜-재벌세상을 바꾸겠다는 많은 이름을 가진 '우리들'이 있다.

비선실세가 부당하게 쌓은 이익과 재벌들이 부정부패로 쌓은 재산을 환수하고 피해를 회복시키자.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노동조합 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확산해 노동이 존중받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새 세상의 아침을, 바로 여기 서 있는 우리 모두의 손으로 힘차게 함께 열어젖히자!"

청년희망재단에 뿌려진 먹물

광장이 다시 촛불로 물결쳤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기각, 우병우 전 민정수석 영장 기각, 특검 연장 법안 불발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박근혜 잔당의 마지막 발악에 대한 국민의 힘을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2월27일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종결했습니다. 평화로운 촛불이 유혈혁명으로 진화해 헌법재판소가 불길에 휩싸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3월13일 안에 박근혜 탄핵 결정이 나겠지요. 국민들 77%가 박근혜를 감방에 보내라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에는 다른 세상이 올까요? 정경유착과 검은 뇌물의 상징, 특권이 판치는 불평등 사회의 주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으니,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들이 조금은 살만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요?

1박2일 2차 행진을 준비하던 2월23일, 언론에 보도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노동공약을 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깜놀'했습니다.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한 내용과 공약이 아주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비정규직 채용을 처음부터 제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즉, 사유제한 규제)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등 비교적 경제적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겠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방법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처음부터 제한하겠습니다.

항상 필요한 업무인데도, 그것도 경제력이 있는 대기업에서까지, 임금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유승민 후보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는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법)이 2년이 되기 전에 사람을 자른 후 다른 사람을 채용하고(회전문 효과), 계약직 대신 사내하청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해(풍선 효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 되었다는 것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강력히 요구했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첫 번째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를 도입하고, 원청사업주를 '공동사용자'로 인정해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에 대해 책임을 묻고, 최저임금을 3년 내 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그가 속한 정당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겠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상시·지속적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 고용 원칙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엄격 규제 △300인 이상 대기업의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 사업주의 교섭 보장 등을 공약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법(파견법, 기간제법)이 개정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해당 기조를 이어받아 그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다"며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비정규직 보호법 역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수용하지 않아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승민의 믿기 힘든 비정규직 공약

그러나 민주노총 전직 간부 일부 세력이 떼로 몰려가 줄을 서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노동공약보다 일자리 공약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 일자리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이명박은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박근혜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결과는 정규직 일자리를 없애고 비정규직 사내하청 특수고용 등 저질 일자리만 양산했습니다. 문재인과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뭐가 다른가요?

주요 대선 후보 노동 공약

문재인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50만개 일자리, 상시·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고용 원칙, 원청기업이 간접고용 공동고용주 책임, 최저임금 인상

안희정일자리 창출 기업환경 조성
이재명

상시·지속업무·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엄격 규제, 300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노동경찰 1만명, 한상균 사면 등

안철수

중소기업 청년취업자 대기업 임금 80% 보장,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 비정규직 높은 업체 불이익

유승민

비정규직 사용사유 강력 제한, 대기업 상시·지속 업무 기간제 채용 금지,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 간접 고용시 원청사업주 ‘공동사용자’로 인정, 최저임금 3년 내 만원까지 인상, 산업현장 내 동시작업 금지, 산재 원청사업주 책임 등

심상정

임기 내 정규직 고용 55%에서 80%로 확충,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최저임금을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원샷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엄단,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등


물론 문재인 후보도 '상시·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고용 원칙'을 약속했습니다. 이 문구는 박근혜 대선 공약과 똑같습니다.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 대기업 정규직 전환 유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공약을 한 박근혜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뿌리산업과 55세 이상에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딸아들 좋은 일자리'를 위해 법을 통과시키라고 생떼를 부렸습니다. 물론 골방에서 재벌들의 검은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약속한 것이었죠.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만든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법)이 왜 '비정규직 양산법'이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단 한 건의 개혁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박근혜의 얼굴을 문재인으로 바꾸는 것에 있는 건 아닐까요?

안희정 후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 무작정 비정규직 축소만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안희정 후보는 바른정당을 훌쩍 뛰어넘어 자유한국당과 가장 가까운 후보로 보입니다.

문재인, 안희정 후보에게 묻습니다. '박사모'에게 박근혜의 범죄가 보이지 않고 박근혜 개인이 불쌍해 보이는 것처럼, '노사모'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는 보이지 않고, 그의 죽음만이 불쌍해 보이나요?

당신들이 만들려는 나라는 불평등의 호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대는 비정규직과 청년들을 위한 나라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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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선전홍보, 단체교섭, 비정규직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2008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기구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5일 점거파업에 함께 했고, 이후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밀양 희망버스에 함께했습니다. 저서로는 <25일>, <노동여지도>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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