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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자화자찬'에 국민의 당 '죽음의 길'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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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자화자찬'에 국민의 당 '죽음의 길'로 가나 鄭 "비상식적·기회주의", 千 "협박·갑질·구태정치"
국민의당이 안철수 전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과 일부 지역위원장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비판하며 대응책 마련을 위해 별도 회동을 갖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정동영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안 전 대표를 비판했다. 안 전 대표 본인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직접 맞불을 놨다.

安 "대선 미래보다 당 생존 위해 독배라도 마시겠다"

안 전 대표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당이 위기"라며 "저를 염려하는 많은 분들이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 오히려 추후 대선을 준비하며 보약을 먹을 때다'라고 했지만, 당이 소멸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저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을 위해 나서겠다, 독배라도 마시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에 대해 "기득권 양대 정당이 호시탐탐 국민의당을 노려보고 있다"며 "당 지지율 4~5%인데, 5% 이하의 정당 지지율은 존재감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 상태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지방선거는 참담한 결과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이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소멸될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당 혁신 비전으로 '강소야당'과 '지방선거 승리'를 들며 제2의 창당 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등의 당 기구 설치를 통해 혁신 작업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강소야당'과 관련해 그는 "2중대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에 대해서는 "당이 생존의 위기"라며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에게 가서 '연애할 거냐'고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력이 없다. 생존 문제가 제일 시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 등에 대해 "대선 패배 책임은 제가 가장 크다"면서도 "그것과는 별도로 당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 몸만 편하자고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게 옳은 일인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보약을 먹고 편히 있는 것보다 독배라도 마시겠다, 당과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며 "그 결과를 보라. 오늘도 당 대표 후보들이 열심히 간담회, 토론회를 하고 있고, 많은 국민의 관심이 국민의당에 모이고 있다. 이런 게 다 당이 살아나는 징조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당이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들 시각에서는 당이 아무 일도 안 한 것으로 보인 것인데, 이제 들썩들썩하니 시선도 모이고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며 그는 "이게 당이 살아나는 계기다. 심장 정지돼 쓰러졌을 때는 웬만한 충격으로는 심장이 다시 안 뛴다. 전기충격을 줘야 한다. 전기충격으로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 지금 국민의당의 상태"라고도 했다.

또 당권 도전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이나 당 소속 의원 13명이 자신의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당원들이 그것까지 고려해서, 지금 출마하는 게 적절한지 적절성까지 포함해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받아쳤다. 그는 다른 주자들이나 의원 다수가 자신의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에 "전화로, 또 만나서 여러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도 있고, 여전히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분도 있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천정배 "당 깨진다. 출마하지 말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다른 주자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구태정치", "몰염치", "상식적이지 않다", "사당화" 등 온갖 비판을 쏟아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안 전 후보에게 마지막으로 요구한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거듭 요구한다"고 출마 선언 철회를 촉구했다.

천 의원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는 게 후보 사퇴 요구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사퇴가 아니라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아직 후보 등록이 남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천 의원은 "안 전 후보의 당 대표 출마선언으로 인해 진짜 당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당 깨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번 전당대회는 전 지도부의 임기 만료로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를 대체하기 위한 보궐선거"라며 "대선 패배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공동선대위원장을 했던 저에게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누구보다도 안철수 후보 본인에게 있다. 박지원 전 대표의 책임이 안철수 후보의 그것보다 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 자리를 대선 패배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선 후보가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여러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느냐. 이것이 안철수 후보가 지겠다던 '책임'이냐"며 "안철수 후보의 당 대표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정치",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몰상식·몰염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천 의원은 "당원들을 걱정시키고 당원들을 막다른 선택으로 내모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당과 당원에 대한 '협박의 정치'"라며 "사랑하는 사람의 순수한 마음, 더 많이 사랑해 어쩔 수 없이 을(乙)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진심을 이용하는 '갑질의 정치'"라고도 했다.

정동영 "출마는 개인 자유지만 비상식적"

정동영 의원도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는 개인의 자유"라면서도 "상식적이지 않다. 당원이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안 전 대표에 대해 '사당화', 그리고 정치적 정체성이라는 면에서 비판을 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은 지난 1년 반 사당화의 그림자가 지배했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이 사당화의 증거"라고 했다. 그는 "다시 사당화의 길을 가는데 지지를 보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떻게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국민의당' 하면 '아무개 당'이라 불렀지 않느냐"며 "사당화의 그늘 속에서 성적표가 (정당 지지율) 5%다. 이런 지도력을 또 1년, 2년 갖고 간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소멸을 의미하기에 국민과 당원들이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안 전 대표가 제시한 '극중주의'라는 기치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구호"라며 "'새 정치'라는 말이 모호했듯이 극중주의라는 구호 역시 모호하다. 극중주의라는 구호는 방향이 없고, 신념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년 반 당이 걸어온 길이 극중주의라면 실패한 것이고, 극중주의가 당의 보수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촛불민심으로부터의 이탈"이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요구는 개혁인데, 극중주의란 모호한 말로 보수화의 길을 간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안 전 대표가 당권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최소한 당원 50%의 지지를 받는 대표여야 정당성과 정통성이 있다"며 "들리는 바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측에서 결사반대한다고 하는데, 아니 '(대선) 결선투표를 반대하면 수구'라고 얘기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말했던 분들이 반대하는 것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느냐. 이런 것이 기회주의"라고 하기도 했다.

또 정 의원 역시 천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대를 왜 하느냐. 원래 박지원 전 대표 임기이지 않느냐"며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몽땅 사퇴했는데, 대선 패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선후보가 출마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출마는 개인의 자유이고, 저는 출마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안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주장도 감정적 언사이고 온당치 않다"고 했다.

의원들 한밤중 회동…반대파 지역위원장들은 "또 조작이냐" 성명도

이처럼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3명의 주자 측이 일요일인 6일 각각 기자회견·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 가운데, 당 소속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도 술렁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해온 김한길 전 대표 측은 "전당대회가 당을 살리는 계기가 돼야지, 전당대회로 당이 죽어간다면 말이 되는가"라는 입장을 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노선으로 보면 김 전 대표는 정동영·천정배 의원과는 다르다. 제3세력의 가치와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전당대회가 분열의 장으로 가고 있고 책임 정치는 실종되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비판적인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날 밤 9시 국회에서 만나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동은 장병완 의원 사무실에서 이뤄지고, 조배숙·황주홍 의원 등 지난 3일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는 천정배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 간담회 도중 "안 전 대표의 출마로 당이 그야말로 소명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의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제가 당 대표 후보라 제가 (회동을) 주도하기는 어렵지만, 가서 듣고 제 의견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출마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정동영 의원은 "그 자리는 제가 참석하기는 부적절하다"며 불참할 뜻을 비쳤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당 소속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안 전 대표 출마를 촉구하는 '원외 지역위원장 109인'의 명단을 공개하라면서 "또 조작이냐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원외 지역위원장인 김현식(충남 천안병), 고무열(대전 유성갑)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109인의 명단이 실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보 조작'에 비견할 만한 엄중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09인의 서명을 확보하는 과정에 거짓과 왜곡이 개입됐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명 과정에 참여한 지역위원장들의 증언에 의하면, 취지가 불분명한 질문에 대한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이 전대 출마에 동의하는 서명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한 이들이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면서, 자신이 그 '109명'에 포함돼 있는지 아닌지도 확인이 안 되는 만큼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한기운 경기 화성병 지역위원장이 자신 외 42명의 위원장들의 의견이라면서 "단순한 의견 피력을 '서명'으로 간주하고 임의로 동의자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에 다수의 지역위원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출마의 적절성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을 뿐인데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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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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