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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변명하는 이통사-편드는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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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변명하는 이통사-편드는 방통위 [토론회] 시민단체 "이통사·방통위 정보부터 공개하라"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놓고 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 단체, 학계와 관련 업체 등 각계 대표들이 모여 논쟁을 벌였다.

미래기획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이동통신 요금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 전응휘 녹색시민연대 이사,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 등 이동통신 요금 논쟁의 중심에 섰던 각계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최시중 방송위원장과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각각 기조연설과 축사에 나섰고 국회 문방위 소속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토론 패널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화려한 면모를 보였지만 통신 요금 인하 논쟁에서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윈장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KISDI "요금 인하 충분치 않을 때 명령권 부활도 고려해야"

주제발표에 나선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 요금 국제비교가 자의적인 기준이 개입될 여지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요금 인하폭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 이유로 "신규 네트워크 및 서비스 도입 경쟁이 심해 다른 선진국보다 자본지출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요금정책 방향으로 보조금을 억제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그는 "결합상품 등으로 시장에서 요금인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요금 인하 논쟁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움을 느낀다"며 방송위나 이통업체와 유사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신 요금에 대한 정부 규제의 바람직한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정부가 요금 인하를 강제할 경우 몇 년 뒤에 또 같은 이유로 강제 인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고 이통3사의 요금인하 여력도 각각 다르다"며 "정부가 이미 인가된 요금을 변경할 법적 근거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그룹장 역시 성 교수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요금정책은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요금 정보를 적극적으로 고지하고 청소년의 통신 과소비를 억제하는 한편 이동전화 재판매(MVNO) 사업자 진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충분한 요금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강압적인 성격이 아닌 한 요금변경 명령권 조항을 부활시키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3일 열린 이동통신 요금정책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통사 변명-방통위 옹호 되풀이

주제발표에 뒤이은 패널토론에서 남영찬 부사장은 "통신 요금의 국제비교 결과가 보고서마다 달라 신뢰도에 의심이 가고,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GDP 규모의 나라와 비교하면 가계지출의 통신비 비중 역시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 부사장은 "원가보상률이 115%를 넘는 것에 대해서도 공격을 많이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수익률을 측정하는 EVITA(감가상각비와 이자를 차감하기 전 이익) 마진율이 24위에 불과하다"며 "원가보상률을 산정하는 법이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도 전인 1982년에 제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남 부사장은 "정부가 요금 변경 명령권을 폐지한 이유는 헌법에도 규정된 자유경쟁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며 "명령권 폐지 이후 경쟁이 촉진돼 2008년만 망내 할인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요금 절감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신용섭 통신정책국장 역시 통신 요금의 인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저소득층 지원과 경쟁 활성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신 국장은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재판매 관련 법 개정 추진, 800㎒, 900㎒ 등의 우량 주파수 재배치 등을 통해 후발 사업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결합 상품 할인율 등 규제 완화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서 그전까지는 인가제를 유지해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국장은 통화 요금의 국제 비교에 대해서는 남 부사장과 거의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요금 수준은 질과 양 측면에서 함께 비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통화 품질은 3G보급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며 "우리나라 통신 기업의 투자 비중이 OECD 기준으로 3위에 오르는 등 질적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IT강국의 면모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요금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이통사 측을 옹호했다.

소비자단체 "적절한 토론 위해선 먼저 정보 공개부터 하라"

▲ 참여연대는 세미나 장소인 한국정보화진흥원 앞에서 "지금 필요한 건 세미나가 아니라 즉각적인 공약 이행"이라며 통신 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프레시안
반대편 토론자로 나선 전응휘 녹색시민연대 이사는 "SK텔레콤은 2007년 전까지 OECD 조사결과를 근거로 우리나라 통신 요금이 저렴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며 "지금 와서 조사 기준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남 부사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전 이사는 정부에 대해서도 "조사 기준이 잘못돼서 일본처럼 자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 제발 좀 빨리했으면 좋겠고 사실 이건 관계당국이 해야한다"며 "정부는 요금 인가제가 있었을 때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으며 요금에 관련한 어떤 토론회도 기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최근의 요금 조사 결과에 대해 '팩트' 문제를 들며 반박하는 방통위와 이통사가 정작 실제 요금 수준을 조사할 수 있는 정보 제공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전 이사는 "원가 보상률 문제 역시 지표 자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며 "2007년 이후 방통위와 이통3사는 원가보상률에 관한 일체의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요금 인하 토론을 하려면 먼저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져 학계나 시민단체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수박 겉핥기식 분석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 이사는 정부가 사실상 요금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지"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SK텔레콤이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독과점 문제라면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관계 당국과 협조해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있는데 아무런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 사전규제 당국이 사후규제 당국과 협력하지 않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승준 위원장 역시 토론에 앞서 "인위적인 가격 인하는 자유 시장주의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통신시장은 경쟁체제가 아닌 과점시장으로 정부개입이 자유 시장경제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며 통금 요금 인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곽 위원장은 각 토론자의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세미나를 마무리지어 각자의 입장만을 들었을 뿐 제기된 주장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방통위는 세미나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저소득층 요금 인하 △청소년의 건전한 이동통신 이용 유도 △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인하 방안을 중점으로 요금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말기 보조금 축소로 요금 낮춘다?

이동통신사가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낙일 교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도입된 이후 월 해지율이 2008년 3.5%를 넘어서는 등 해마다 증가해왔다"며 "우리나라 신규가입자 1인당 마케팅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비추어 볼 때 단말기 보조금을 이용한 신규가입자 유치 경쟁이 요금인하가 둔화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 가입자가 값싼 단말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문제가 그대로 간다면 신규사업자가 가입자를 확보하기 힘들어 유인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외국처럼 통신 사업자는 가입상품만 팔고 소비자가 따로 단말기를 살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승규 의원과 신용섭 국장은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줄여 통신 요금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타이밍이 없었던 건 아니다. 보조금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요금을 인하할 수 있게 했으면 이렇게까지 사안이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방통위의 과감한 대응을 주문했다.

신 국장 역시 "2005년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5%였던 반면 2008년엔 28%까지 증가했다"며 "마케팅 비용 증가가 실질적으로 서비스의 질적 경쟁이 아니라 포화된 시장에서 어쩔 수 없이 벌이는 경쟁이라는 판단에 보조금 대신 요금 인하로 전환하는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전응휘 이사는 실제로 둘 사이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2008년에 보조금 금지 조치가 행해졌지만 그 이전에 보조금이 금지됐던 기간에도 요금이 인하된 적은 없다"며 "보조금 줄이면 영업이익은 늘어나지만 요금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연구 결과 한 해 적정 수준을 넘어선 마케팅 비용이 3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4인 가구당 연간 9만6000원 정도 돌아갈 수 있는 액수다. 반대로 생각해서 이 정도로 요금을 낮출 수 있다면 마케팅 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영찬 부사장은 "마케팅 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엔 동의하지만 보조금도 일종의 소비자 후생으로 봐야 하며 외국을 봐도 보조금을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며 "시장에서 한 번 (보조금) 전쟁이 일어나면 '스톱'이 안 되는 현실이므로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보조금 부분을 다른 형태로 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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