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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언제 불법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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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댓글'은 언제 불법이 되나 [분석] 드루킹 사건 쟁점 정리

일명 '드루킹'으로 불린 전(前) 민주당원 김모 씨 사건으로 인해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이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성격 규정을 놓고 엇갈린 주장이 나온다. 양극단의 시각은 이렇다.

"한국당의 '국정원 댓글사건'이 문제가 됐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그런 사조직을 동원해서 댓글 공작을 하고 결국 여론을 조작했기 때문에 역시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드루킹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여론을 조작·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24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일반적으로 일반 시민·국민들이 온라인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적 참여 활동에 대해서도 불법 행위와 동일시하는 보도들이 일부 있다. 이것은 정치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16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국정원 직원이든 '깨어 있는 시민'이든 모두 특정 후보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댓글'을 달았으니 이들 모두가 범죄자인 것일까? 아니면 공무원이 아닌 시민의 자발적 정치 참여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일까? 또 만약 댓글을 다는 게 불법이 아니라면, 이는 과연 아무 문제가 없이 권장돼야 할 '정치 참여' 행동일까?

'여론 조작'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여론 조작'이라는 표현(비난)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대개는 댓글을 달거나 '추천(공감)'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의사 표현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했을 때가 이에 해당된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이 뉴스 기사를 읽고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에 대해 분노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의견을 남기는 경우에도 '정치적 목적'은 있다. 그 개인이 해당 기사를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지인들에게 보내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지인들이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이 역시 보기에 따라서는 '조직적'인 행위일 수 있다.

즉 인터넷 공간에서 행해지는 정치적 의사표현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여론을 북돋우고, 반대 방향의 여론을 제압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런 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시위(demonstration)'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어떤 기사에 아무 댓글도 달려 있지 않은 현재의 상태를, '나'의 개입으로 부정적 댓글이 1개 달려 있는 상태로 변화시켰다고 해 보자. 이는 '나'의 개입 이전과 비교하면, 특정한(부정적) 정치적 주장이 더 부각되는 방향으로 특정 페이지의 '여론 지형'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배경 공간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차이일 뿐, 현실 공간에서 일어나는 시위들도 마찬가지다. 시위의 목적은 단순히 '내 생각은 이렇다'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점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여론에 변화를 일으키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시위대에 대해 '주장하는 바가 이상하다'거나 '특정 주장을 과대 대표하고 있다'는 정치적 차원의 비판은 가능하지만 '시위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역시 단지 댓글을 달았다는 게 '여론 조작'일 수는 없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모든 댓글이나 공감 표시는 전부 조작적인 행위다.

다만 실정법을 어겼을 때는 물론 얘기가 다르다. 그래서 '법은 최소한'이라는 법언이 있는 것이다.

불법이 되는 '댓글 달기'의 사례들① : 누가, 언제, 어디서

어차피 모든 '댓글'은 정치적 의도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보면, 육하 원칙 가운데 '왜'를 제외한 다섯 가지가 문제가 된다.

먼저 '누가'를 보자. 선관위에 따르면,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특정 후보를 지지·빈대하거나 그런 의사를 타인에게 권유하는 데까지 나아갈 경우 이는 '온라인 선거운동'이 된다. 때문에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이런 행동을 하면 당연히 위법이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2012년 대선 당시 있었던, 국가정보원·사이버사령부·경찰 등 이명박 정부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 사건이었다. 우리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공무원과 국군의 정치적 중립은 위의 선거법 조항은 물론 국가공무원법, 나아가 헌법(5조 및 7조)에도 규정돼 있다. 이명박 정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행위는 그래서 단순한 법률 위반을 넘어, 국헌을 문란케 한 사례였다. 드루킹 일당의 혐의는 아직 입증 단계에 있지만, 설사 '사조직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했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 한들 이 사건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누가' 다음은 '언제'이겠지만 사실 '언제'는 별 문제가 될 게 없다. 온라인 선거운동은 선거운동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선거법 59조를 보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도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선거일 당일에도 온라인 선거운동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따라서 다른 불법적 요소가 없다면, 댓글 또는 추천 등 활동의 '시점' 때문에 해당 활동이 불법이 되는 경우는 없다. 지난해 대선 당시 드루킹을 포함한 일부 '문팬' 회원들이 구 국민의당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위반'으로 고발된 것은, 온라인 선거운동 자체가 아니라 그를 위한 "단체(문팬 중앙위)를 설치·운영하고", "(온라인 선거운동을) 독려·유도"했다는 이유였다. 선관위도 "온라인 선거운동 자체는 언제나 상시적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어디서'도 중요하다. 만약 댓글을 달기 위해 특정 공간을 빌려 사람들을 모아 놓았다면, 이게 바로 불법 선거운동 사무소가 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십알단' 사건이 여기 해당된다. 드루킹 일당이 경기 파주시에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차려 놓고 이 곳에서 댓글 작업을 했다면, 적용되는 법 조항은 십알단 사건 때와 같다. 공직선거법 89조 위반이다.

선거법 89조는 "누구든지 (법정 등록)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 외에는 후보자를 위해 선거추진위원회·후원회·연구소·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새로이 설립 또는 설치하거나 기존의 것을 이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이를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같은 법 255조 1항 13호에 처벌 조항을 두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꼭 사무실 등 물리적인 장소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을 위한 단체·조직을 만드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이를테면 드루킹이 만든 '경공모'가 이에 해당하는지도 법적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선거법 87조 2항은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연구소·동우회·향우회·산악회·조기축구회, 정당의 외곽단체 등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역시 동법 255조 처벌 조항에서 "87조 2항의 규정을 위반해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설치하거나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사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시점이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이라면, 선거법 254조 2항에도 저촉된다. 해당 조항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이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중략) 정보통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불법이 되는 '댓글 달기'의 사례들② : 매크로, 타인ID 이용은 '안돼'

'어떻게'는 가장 다양하게 문제가 된다. 먼저 드루킹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매크로 사용이다. 댓글을 달거나, 그 댓글에 공감 표시를 하거나, SNS에 글을 올릴 때 자동연산(실행)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불법행위가 될까?

현재 다수 의견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다만 이 경우 피해자는 댓글 공격을 받은 사람(평창올림픽 댓글의 경우 문재인 정부, 대선기간이라면 상대 후보 측 등)이 아니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다. 즉 드루킹이 일명 '킹크랩'으로 알려진 별도 서버 등을 동원해 벌인 여론 조작 행위는, 누군가를 비난했기 때문이 아니라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죄가 된다. 예컨대 뉴스 페이지 이용자에게 다른 이용자들의 의견을 보여주는 것이 네이버가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인데, 드루킹은 매크로라는 속임수를 사용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허위로 꾸며냈고, 그 결과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형법 314조 2항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매크로 사용이 업무방해죄로 단죄된 경우도 있다. 법원은 지난 2008년 한 광고대행업체 대표가 일종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를 조작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2005년 8월경부터 2006년 3월경까지 '상위등록 프로그램'을 이용, 실제로는 이용자들이 네이버 및 다음의 검색 기능을 통해서 △△△ 등 약 750개 업체(광고주)들의 홈페이지 링크를 클릭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클릭한 것처럼 통계집계시스템을 비롯한 포털사이트 서버에 허위의 쿼리(query. 데이터베이스의 검색·갱신시 발생하는 질문 또는 문의를 기술하는 데이터 조작언어)를 1분당 2회 내지 4회씩 주기적으로 보낸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해당 판결문 가운데 핵심 부분.

"피고인이 네이버·다음의 통계집계시스템 서버에 허위의 쿼리를 보낸 행위는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인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 것이거나 위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통계집계시스템 등의 본래 운영 목적과 상이하거나 본래 예상하고 있지 않은 명령인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보낸 위와 같은 허위의 쿼리로 인해 위 포털사이트 서버의 처리속도에 어떠한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네이버 및 다음의 통계집계시스템이 피고인이 보낸 허위의 쿼리를 실제적으로 클릭이 이루어진 것으로 오인해 클릭수에 관한 통계에 반영했다면 위 통계집계시스템 등 정보처리장치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함으로써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이로 인해 위 포털사이트 내 홈페이지 인기도 및 검색 순위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었던 이상 네이버·다음의 각 검색 서비스 제공 업무는 방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네이버 및 다음의 '사이트'란 내 홈페이지 링크를 실제로 클릭하지 않은 채 클릭한 것처럼 허위의 쿼리를 위 통계집계시스템에 보내고, 시스템이 이를 실제로 클릭이 이루어진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 행위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 서울남부지법 2008. 12. 5. 선고 2008노188 판결

다만 이같은 법원 판결은 매크로 사용 자체가 아니라 그 사용으로 인해 타인(주로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점이 인정돼야만 처벌 대상이 된다는 뜻이고, 현행법은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를 위법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법원에서는 "'댓글 자동 등록 프로그램'이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가능성만으로 악성 프로그램으로 본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이유로 댓글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무죄를 선고(2018년 4월 25일, 의정부지법 형사1부)한 경우도 있었다. 현행법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용 행위"를 처벌할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새로운 처벌 규정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였다. (☞)

매크로 사용은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부당한 정치적·경제적 이득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다. 과거의 사례는 주로 정치 댓글이 아니라 상품 광고를 위한 순위 조작, 대학교 수강신청이나 인기 가수의 콘서트(공연) 표 예매 등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였다. 때문에 '콘서트 티켓 싹쓸이 금지법'이란 이름으로 매크로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민주당 박경미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되기도 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48조 및 71조는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대량의 데이터 송신 행위 등이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디도스(DDOS) 공격 등 네트워크 또는 사이트 자체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네트워크를 부정 이용하는 행위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는 의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콘서트 티켓 싹쓸이 금지법'뿐 아니라, 드루킹 사태 이후 민주당 신경민, 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이 '드루킹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한편 매크로 사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타인의 포털사이트 아이디(ID)를 도용하거나 차용해 이를 '여론 조작'에 사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71조는 "이 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를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도 일부 개인정보 보호 조항이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은 기본적으로 적용 대상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정보통신 사업자)로 하고 있어 드루킹 등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

불법이 되는 '댓글 달기'의 사례들③ : "조직적·인위적이면 불법?"

법조계 일각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를 불문하고 다수가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 자체가 과거 판례에 비춰 보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전례는 이른바 '조중동 불매운동 사건' 또는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운동) 사건'이다.

언소주 회원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시위대를 강하게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한 보수 일간지와 이 신문들에 광고를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항의 전화를 거는 등의 행동을 했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소주 사건에서 '어느 신문사나 기업에 전화를 하자'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수백 명이 전화를 했을 경우, 법원은 이들이 '위력'을 형성했고 공모·공동정범이 됐다고 봤다"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판례는 그렇다"고 지적했다.

다만 언소주 회원들의 경우는 언론사나 기업에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 전화를 하는 데까지 나아간 반면, 인터넷 공간에 댓글을 올리거나 공감 표시를 하는 정도는 행위의 적극성이라는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 하 교수는 "매크로 등 전산망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댓글을 쓰는 것은 한 사람이 수백 개를 써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며 "댓글의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공포가 아니라면 댓글을 쓰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 교수는 "조직적으로 수십 명이 (댓글 활동을) 하는 경우는 잘 살펴봐야 한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여론 형성'이 네이버의 '업무'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를테면 토론 게시판 같은 곳에 '여기 가서 댓글을 달자'는 글을 올리는 일은 진영을 막론하고 많이 해왔다. 그건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뉴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정치 참여로 봐야 할 것 같다. '좋아요' 누른 것까지 일일이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과거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이른바 '좌표 찍기'가 위법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댓글이나 기사에 공감하는 인터넷 이용자가 600명이라고 했을 때, 실제로는 이 600명이 존재하지 않는데 매크로를 이용해 허위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위계'가 되지만,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600명이 실제로 행동을 한 것이라면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 600명이 실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속임수(위계)라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불법만 아니면 되나?

결론적으로 댓글이나 공감 표시 등의 온라인 활동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때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공무원 등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별도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단체를 만들지 않고 △매크로를 사용하거나 타인 아이디를 빌려 쓰지 않았다면 이를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매크로 사용조차 현행법으로는 꼭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는 태도 또한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론장이 돼야 할 온라인 공간을 정치적 세 과시의 장으로 전용하는 것은 정치적·윤리적 차원의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공론장에서 시민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게 아니라 '떼거리'가 모여서 조직적으로 공작을 하는 일명 팬덤 또는 '빠' 문화가 문제"라며 "불법은 아니라고는 해도, 이것이 민주주의나 공화제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법 위반은 아니라 해도 민주적 토론,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것은 더 큰(비유적) 의미에서 '범죄'"라며 "법적인 처벌은 할 수 없겠지만, 온라인 댓글 관련 제도·문화 등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책임 있는 권력은 가치와 정견을 다양하게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 공론장 이론의 주축"이라며 "단순히 많은 시민의 의견을 듣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론장에서 의견이 정제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드루킹 등의 행동은)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설득, 토론, 조정의 결과로 나타나야 할 것(여론)을 이미 영향력 있는 소수가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제시해서 시민 개인의 판단에 관여하게 되면 공론장은 기능을 잃고 돈과 권력, 여론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거래하는 곳이 된다"며 "시민들의 주권적 판단이 돼야 할 자율적 의견 형성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는 것은 위법이든 아니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과 돈이 공론장을 오염시킨 사례로 2차대전 직전 독일 나치당의 여론 선동과, 유명 인터넷 블로거들에게 돈을 주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게 한 일부 미국 정치인의 금권정치 사례를 들었다.

박 대표는 나아가 "오프라인(현실) 정치가 잘 작동하면 온라인 기술 발전도 선용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면 다 망가지게 된다"며 이번 드루킹 사태나 '댓글 화력전'이 단지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통적인 정당론의 관점에서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오픈프라이머리) 등에 의존하는 무책임한 여론 동원 정치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드루킹 등도 문제지만, 영향을 받는 쪽(정치인·유권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론을 형성하고 동원하는 과정을 거쳐 권력을 제한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일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원리"라며 "'불법만 아니면 된다'고 할 수 있나? 처벌하고, 댓글이나 블로그를 못 하게 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드루킹이 이상한 사람이다'가 아니라, 지금의 정치 구조에 '책임성'의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명 한 명의 의견은 동등해야 하는데, 열의가 큰 사람과 집단이 게임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여론 동원 정치의 문제"라고 재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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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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