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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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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 누구냐 넌 [표지 너머 책 세상 ⑲] 편집자 키우는 출판업계 변화 필요
여태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을 만드는 주인공인 편집자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란 어떤 노동자일까요? 우리가 출판업을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편집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항상 책을 끼고 살 테고, 한글맞춤법에 민감할 테고, 밤늦도록 원고지를 보는 데서 나아가, 아예 밤과 낮이 바뀐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들. 조금 과장되었나요?

분명히 이런 고정관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편집자상의 편견이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비록 직접적으로 편집자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한편 우리는 여태 여러 차례에 걸쳐 새로운 시대에 맞춰 편집자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이달의 주제로 편집자, 편집 노동을 꼽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출판 편집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 일을 위해 출판업계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편집자상은 주 52시간 노동제 도입에 맞춰 다시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지적했습니다. 논란 끝에 6개월의 계도기간이 업계에 주어졌지만, 어쨌든 다음달 1일부터 상시 노동자 수 300명 이상의 기업체는 노동자에게 주 최대 52시간 이상의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노동 시간을 '9시 출근 6시 퇴근' 정도로 엄격히 정하기 어려운 편집자의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문화연구소에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가 나눈 대화를 정리했습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 19개월여 간 이어진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이달을 끝으로 3개월 간 휴지기를 갖습니다. 이후 저희는 새로운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관심 갖고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 지난 20일,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좌)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우)는 출판 노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변화한 편집자 노동

-'출판사' 하면 떠오르는 직업이 편집자입니다. ‘편집자’라고 하면, 막연히 밤늦도록 일하는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 정도의 생각이 드는데, 출판사 편집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를 두 분께서 정의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장은수 : 흔히 말하는 '편집 노동'이란 교정·교열로 상징되는 원고 제작, 즉 '북 메이킹'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북 메이킹은 세 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정·교열, 디자인, 인쇄 및 제본이죠. 저작자의 원고가 이 세 가지 출판 노동을 거쳐 책으로 완성됩니다.

이들 노동이 대형 출판사에서는 분업화되어 있죠. 작은 출판사에서도 이 노동의 상당 부분은 외주화 되어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인쇄 및 제본은 이미 외주화가 일반화되었기에, 출판 노동이라면 흔히 편집 노동만을 연상하기 쉽습니다. 기실은 편집 노동도 점차 외부화 되어 가고 있죠. 교정·교열을 외부 전문 회사가 하고, 출판사 편집자는 원고 관리만 하는 형태의 노동도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출판사 편집자는 주로 어떤 일을 하죠?

장은수 : 소위 말하는 개발, 기획의 중요도가 커졌습니다. 원고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를 만드는 일이 편집자의 주 업무가 되었죠. 이에 따라 기존의 교정·교열(원고 제작)을 넘어, 편집자의 새로운 업무가 생겨났습니다. △기획 △독자 발견(홍보) △저자 매니지먼트(저자 관리 및 투자) 등이 대표적이죠.

그만큼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노동이 늘어났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기획 출판, 기획 편집에 집중함에 따라, 이처럼 새로운 노동의 비중이 앞으로도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러니, '편집자 정체성'도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마케팅이나 홍보마저 편집자의 업무가 되어 가는 상황인데, 이처럼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일이 늘어나는 게 과연 올바르냐는 의문이 출판계 내부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주 52시간 노동제가 안착되면 이 같은 지적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홍 :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노동의 문제는 출판 산업 구조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3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이 적용됨에 따라 출판사와 인쇄사의 등록제가 신고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출판업 진입 문턱이 확 낮아짐에 따라, 이후 출판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출판사의 원고 수급이 어려워졌지요. 이에 따라 출판사는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고, 원고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사장과 주간의 인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습니다. 편집자의 노동이 제작 노동에서 기획 노동으로 변화한 배경입니다.

이처럼 출판사가 요구하는 노동 형태는 변화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제작 노동 강도가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출판사가 요구하는 노동 형태는 계속해서 늘어나기만 했죠. 예를 들어, 1990년대 중후반에 한국 출판계에 처음으로 전자출판, 즉 데스크톱 퍼블리싱(DTP) 개념이 들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편집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초보적이나마 디지털 관련 지식을 쌓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교정·교열의 중요성이 사라지진 않았죠.

2000년대 들어 출판사 간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선도적 출판사들은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콘텐츠 기반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이제 편집자에게는 책 홍보 업무까지 더해졌죠.

이처럼 시대가 변화할수록 출판사는 계속해서 만능의 편집자를 찾고 있습니다. 편집자가 온전히 이를 소화하기란 매우 어렵죠. 절대 노동 시간도 문제이지만, 그 못잖게 편집자의 정신적 노동 강도가 세졌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장은수 : 간단히 말해 편집 노동의 시작과 끝이 사라졌죠. 퇴근한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필요할 땐 저자와 술잔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식의 고충(?)을 겪기 마련인데, 특히 편집자의 경우 저자와의 개인적 교류가 아주 중요합니다.

일전에 한 저자는 '내 원고를 고칠 권리를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자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니, 편집자가 회사를 옮기면 저자도 그 편집자를 따라 출판사를 바꾸는 일도 드물지만 생겨납니다. 저자와 사적 교류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갑질'이 생길 수도 있고, 편집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원고 기획이 중요해진 만큼, 이와 같은 부가 노동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편집자 위상 올릴 방법은?

-편집자가 중요해지는 만큼 편집자의 위상이 올라가야 할 듯합니다. 저자에 못잖을 만큼 편집자의 편집권도 보장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장은수 : 그 때문에 판면권 논의가 출판업계에서 나옵니다. 판면권은 책을 만드는 과정에 투여된 출판 작업의 저작권입니다.

간단히 말해 원고와 책은 다르니, 원고에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출판 노동 권리를 인정하자는 거죠. 음악계의 저작인접권(음악 실연자의 권리), 공연계의 실연권과 같은 형태의 권리를 출판업에 부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국 등 출판 선진국에선 판면권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죠.

이홍 : 편집자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출판업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편집, 마케팅, 디자인 등이 모두 전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는 책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업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출판사주는 그저 직원을 싸게, 오래 부리려는 의식만 갖기 쉽죠.

출판사가 편집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저자도 편집자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자기와 가까운 편집자는 허드레일꾼처럼 취급받고 실제 중요한 결정은 다 사장이 한다면, 자연히 저자도 편집자를 무시하기 마련입니다. 출판업계 내부 문화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편집 노동을 향한 인식 제고, 출판문화 개혁이 필요해 보이네요. 하지만, 편집자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책은 뭐니뭐니 해도 임금 인상 아닐까요?

장은수 : 맞습니다. 출판업이 대체로 저임금 노동으로 알려져 있는데, 분명 개선이 필요하죠.

편집자는 노동자로서 세 가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의 노동을 재생산해야 합니다. 즉, 업무 능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이에 합당한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둘째, 저자의 노동을 재생산해야 합니다. 편집자의 개입으로 저자의 원고 수준이 올라가고, 독자의 만족도를 높여서 저자가 새로운 책을 또 쓰게끔 해야 합니다. 셋째, 회사를 재생산해야 합니다. 당연한 말입니다만, 편집자가 손대는 책마다 다 손해만 본다면 회사로서도 계속 책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자연히 출판사는 편집자가 적절한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합당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상당수 출판사가 절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임금을 지급하는 듯합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인재를 충원하기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물론 출판사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편집자 씨가 말랐다고 할 수 있겠죠. 이를 두고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영세성의 세포 분열'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출판사 대우가 박하니 좋은 편집자는 회사를 퇴사해 일인출판사를 창업한다는 얘깁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소규모 출판사만 무한정 늘어나고 좋은 편집자는 찾기 힘든 상황이 더 심화하죠. 이렇게 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이홍 : 어떤 출판사도 사람을 안 키우는 시대입니다. 자연히 경력직만 찾게 되죠. 키울 만하면 이직하는 직원을 보고 출판사는 더욱 사람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나는 투자해서 키우기 싫고 다른 출판사가 키운 사람은 데려오고 싶고... 이런 모순적인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정도라면 차라리 양호한 수준이지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면권을 확보해서라도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싶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 만들기에 가장 중요한 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출판사만 문제이진 않겠죠. 냉정히 말해 편집자 중 자기계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도 따져봄직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독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이 온전히 정규 업무 시간에만 길러지지는 않습니다. 콘텐츠를 개발하는 직업의 특성 상, 퇴근 후에도 생각을 이어가는 자세가 편집자에게 필요합니다. 이것도 업무와 관계되었으니 노동으로 볼 수도 있죠. 자신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점차 출판이 분업화하면서 아웃소싱이 확대됨에 따라, 거꾸로 편집자가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는 더 어려워진 듯합니다. 편집자도 더 뛰어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은수 : 안타깝지만,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는 현실입니다. 독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전문가만 확인할 수 있는 '기본도 안 된 상황'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책 표지 등에는 여전히 세로쓰기가 적용되는데, 글의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황당한 사례가 발견됩니다. 당연히 세로쓰기의 경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이 이어져야죠.

편집 문화가 붕괴한 상황에서 나타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편집자가 전문성을 키우려는 꾸준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업계에 선도적 책임이 있는 대형 출판사가 신입사원을 뽑지 않으면서 자연히 편집자를 키우는 문화가 사라졌고, 그 때문에 출판업계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짙어진 듯합니다.

▲ 변화한 편집자상에 맞춰, 편집자 위상을 어떻게 끌어올릴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편집자는 작가와 함께 책 만드는 이

-출판업계의 편집력이 저하된다손 치더라도, 이를 마냥 편집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두 분께서 말씀하신대로, 기본적으로는 출판사의 편집자 교육 수요가 부족해져서 생긴 탓일테니까요.

당장 출판사가 편집자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책 표지에 편집자 이름을 저자 이름 옆에 표기하는 식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는 건 어떨까요? 긍지와 책임감을 올려줘 편집자가 더 적극적으로 일할 계기를 만드는 시도는 고민해 봄직하지 않을까요?

이홍 : 현재 책의 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저작권과 출판권이죠. 출판사는 책에 로고를 붙여 출판권을 표시하고, 저자는 이름을 표기해 저작권을 확인합니다. 예의상 편집자의 이름을 크게 표기하는 식의 방법을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여행서나 요리서적, 컴퓨터 관련 서적 등 편집력이 특히 중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를 발굴하고, 목차나 글 배치 등에 특히 편집자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죠. 이 같은 분야에서 편집자는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사실상 준 저자의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책 전반에 걸쳐 편집자의 제작 능력이 강하게 필요할 경우, 더 적극적인 편집자 보상 체계를 고민할 수 있겠죠.

장은수 : 저자 힘이 중요한 문학 장르에서도 편집자 역할이 생각보다 큽니다. 작가 중에도 편집자가 자신과 함께 스토리 라인을 논의하거나, 아예 자신의 진부한 표현을 적극적으로 걸러내 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작가가 편집자에 예민한 이유입니다.

<미생> 등 다수의 수작을 낸 윤태호 작가가 과거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윤 작가가 편집자와 적극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한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오래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진부해지기 마련인데, 편집자가 계속 자극을 준다. 이런 자극이 내 콘텐츠를 혁신하고 발전하게끔 돕는다"고 하더군요. 좋은 작가는 편집자와 작품 기획부터 함께 할 때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문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인문학이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 통찰력을 전하는 게 중요한 시대입니다. 대중적 글쓰기 훈련이 되지 않은 인문학 저자는 그만큼 과거보다 편집자의 도움을 크게 필요로 합니다.

출판계가 편집자 공동 교육 해야

-편집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산업 규모의 한계도 지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출판업계 상황이 갈수록 좋아지지 않으니, 더 투자하지 않으려는 출판사의 태도도 어느 정도는 당연해 보입니다.

장은수 : 출판 산업 전반의 문제도 있지만, 개별 회사 규모 문제도 큽니다. 제대로 돌아가는 출판사라면, 핵심 인력이 육아 휴직 등으로 1년쯤 자리를 비워도 아무 문제없이 일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결국, 핵심 인력은 쉬지 못하고 계속 노동에 시달리다 소진되곤 합니다.

계속 소형 출판사, 일인 출판사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소형화가 답이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련한 편집자가 안정적으로 일하기 힘든 현실을 타개할 내부 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는 많이 부족하죠.

편집자 재교육을 개별 회사가 하기 어렵다면, 업계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경력 3년차, 10년차 등 일정 시기가 된 편집자를 출판사들이 서울북인스티튜트(SBI)에 보내 공동으로 재교육에 투자한다면, 자연스럽게 편집자 역량도 키우고 출판업계 전반적으로도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 은퇴한 에디터가 후배들을 키우죠. 일본 출판 노조가 에디터 스쿨을 운영하면서, 편집자 역량을 계속 축적합니다. 한국의 출판 노조도 이 같은 방안을 고민하고, 사측과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이홍 : 편집자 이력관리제가 출판업계에 안착되면 좋겠습니다. 편집자가 출판사를 순환하는 게 이제 일반적 노동 형태라면, 출판사 전체가 편집자 전체를 업계의 공동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직원을 가르쳐 봐야 다른 데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다른 출판사가 키운 인재의 힘을 활용한다고 생각해야죠.

이런 문화가 생긴다면 출판업계 공동 편집자 교육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정착할 겁니다. 한국출판인회의와 같은 단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사용자 단체라 그런지 실질적으로 현업에 뛰는 편집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 출판업계는 당연히 변화하는 시대 정신에 맞춰 편집자의 적절한 노동 시간과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주 52시간 노동제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이제 주 52시간 노동제가 도입됩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 구조 개혁을 명분으로 갑자기 68시간으로 늘어난 주당 최대 노동 시간이 다시금 본래 자리로 회복하는 것이지만, 그간 변화한 노동 환경이 다시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특히 편집자의 업무는 저자의 스케줄에 맞춰 널뛰기 마련인데, 주 52시간 노동제에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결국 시대정신은 노동의 질을 높이고, 노동량을 줄여 노동자 삶의 수준을 올리는 한편 노동자가 긍정적인 자기 재생산을 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니, 출판사도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홍 : 편집자 일이 '9 to 6' 식으로 딱 규정되지 않습니다. 업계 바깥의 분들은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편집자 개개인의 업무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출판업계에 짙습니다. 누군가는 밤이 되어야 일이 잘 될 수 있습니다. 정신노동의 특성상, 볕이 좋을 때는 한 두 시간 산책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집자도 있습니다. 낮에 저자가 부르면 낮부터 술잔을 기울여야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을 모두 따지자면,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노동제를 칼처럼 출판업계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물론 시대 변화에 출판업계가 발 맞춰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현재 제가 어떤 대안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빠른 시일 안에 출판업계가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장은수 : 편집자 노동 스타일이 표준화되기 쉽지 않은 건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저자의 업무에 편집자 노동 스케줄이 맞춰지는 특성상, 편집자는 자기 업무 일정을 백퍼센트 관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노동에 관한 고민은 대체로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합니다. 예전에 일본 출판사의 관리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정형화하기 어려운 편집자의 노무 관리는 그쪽도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기계적으로 주 52시간을 칼 같이 적용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홍 : 새로운 노동제가 3개월 단위로는 탄력적 노동시간제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출판업계가 탄력적 노동시간제 하에 노동 방식을 규정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장은수 : 잘 고민해 보면 가능은 하리라 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3개월 단위로 노동을 측정할 능력이 출판업계에 있느냐도 따져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정상적 출판사라면 일반적으로 대개 한 편집자가 연간 5~10권 정도의 책을 만들 텐데, 원고 제작 기준과 월 단위 시간을 어느 정도 맞춰서 업무 스케줄 관리에 공을 더 들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홍 : 결국 근본적으로는 편집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편집자가 한 번에 한 권의 책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보통 몇 권의 책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저녁 시간 저자 강연도 활발해졌는데 이 역시 노동입니다. 결국 어디까지를 편집 업무로 볼 것이냐부터 재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장은수 : 외국 출판사의 경우, 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노동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합니다. 자연히 규정되지 않은 업무는 노동자가 거부할 권한도 함께 줍니다. 우리 출판업도 이런 식으로 더 선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새 노동제에 적응하는 건 전적으로 노동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식으로만 넘어간다면 답을 풀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단체협약 형식을 사측부터 앞서서 고민하고, 더 민주적인 출판 노동 문화를 안착시켜야만 주 52시간 노동제에 발맞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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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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