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당의 주요 이념 및 정책
대안당(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은 2013년 2월에 창당되었다. 이어서 2013년 9월에 치러진 제18대 연방총선에서는 4.7%를 득표하여 연방의회 진입에 실패하였다. 선거 후 당내 권력투쟁이 일어나 2015년 경제자유주의 세력이 탈당하면서 분열되었다. 이후 남은 세력은 좀 더 극우 보수적으로 변화하였다. 대안당이 추구하는 주요 이념은 국가보수주의, 우파포퓰리즘, 반이슬람주의, 극우주의, 유럽연합(EU) 회의주의, 경제자유주의 등이다. 이런 이념 아래에서 대안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병역의무의 재도입, 반페미니즘, 구체적으로는 여성할당제의 반대, 이민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 국경통제의 강화, 사회복지의 축소, 사회보험료 납부자에 대한 복지혜택 제공, 이민자를 다시 돌려보내는 재이민 프로젝트의 추진 등이다. 이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사람은 1600~2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안당은 독일의 여러 극우단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극우모임으로 구성된 '양립불가리스트(Unvereinbarkeitsliste)', 대안당의 일부 당원을 대표했던 '자유(Die Freiheit)', 인종주의자 중심의 '정체성 운동(Identitäre Bewegung)', 반이슬람단체인 '페기다(Pegida)'가 있고, 그밖에 나치의 후예로 분류되는 'NPD/Die Heimat', 극우 조직인 '친독일(Pro Deutschland)' 등이 있다.대안당의 위상
대안당은 2017년 제19대 연방총선에서는 12.6%를 득표하여 94석의 의석을 얻고 제3당의 지위에 올랐다. 이어진 2021년 제20대 연방총선에서도 10.3%를 득표하여 전체 736석 가운데 83석을 얻었다. 이와 동시에 대다수 주 의회 선거에서도 선전을 거듭하여 의회에 진입했으며, 현재는 16개 주 의회 가운데 14개 주 의회에서 253명의 주 의원(전체 1894명)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도 독일에 할당된 96석 가운데 9석을 차지하고 있다. 당원 수는 2024년 현재 4만131명이다. 연방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 BfV)은 독일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시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평가하는 기관이다. 이와 별도로 16개 주 차원에서도 16개의 주 헌법수호청(La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 LfV)이 있다. 연방헌법수호청은 2021년 3월 대안당 전체를 의심 사례로 규정하여 감시를 허용했다. 9월 연방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안당은 크게 반발하여 문제를 제기했으나, 쾰른의 행정법원은 연방헌법수호청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또한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대안당의 16개 주 조직 가운데 8개가 문제가 있는 의심 사례로 지정되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브란덴부르크, 브레멘, 헤센, 니더작센,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주의 대안당 조직이 대상이 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튀링겐주는 2021년 3월, 작센주는 2023년 12월, 작센-안할트주는 2023년 11월에 극우주의 성향이 인정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당을 강제 해산하는 문제가 논의되는 중이다. 독일은 과거 두 차례의 정당해산 경험이 있다. 1952년에 과거 나치당(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 NSDAP)의 후예이자 극우 정당인 사회주의제국당(Sozialistische Reichspartei, SRP)을 금지시켰고, 1956년에는 극좌 정당인 독일공산당(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KPD)을 해산한 바 있다. 현재 독일의 주요 정당은 대안당을 연방과 주 차원에서 연정 상대에서 배제한다고 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안당과의 정치적 협력도 거부하고 있다.독일 정당체제의 변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서독이 건국되면서 다수의 정당이 연방의회에 진입하였다. 이후 봉쇄조항이 강화되면서 1961년부터 1983년까지는 기민/기사당(VDU/CSU), 사민당(SPD), 자민당(FDP)의 3당 체제가 되었다. 1983년부터 1990년까지는 녹색당이 진입하여 4당 체제를 유지하였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민주사회당(PDS)이 추가되면서 5당 체제가 되었다. 민사당은 2005년 좌파당(Linke)으로 변모하였다. 2017년에는 대안당이 연방의회에 진입하면서 현재의 6당 체제가 되었다. 그 밖에 주 차원에서는 자유유권자당(Freie Wähler) 등의 군소정당이 일부 주 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다당제인 까닭에 한 정당이 의회의 과반을 확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제1당은 비슷한 성향의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그동안 대표적인 연정 형태는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이 결합하는 기민/기사당-자민당(정당 색깔을 고려하여 흑황연정이라고 한다) 연정과 사민당-녹색당(적녹연정) 연정이었다. 간혹 이러한 조합으로 의회의 과반 확보가 어려울 때 거대 양당이 결합하는 기민/기사당-사민당의 대연정이 구성되기도 했다. 2021년 연방총선 후에는 기존의 연정 조합이 여의찮아서 3개의 정당이 결합한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신호등 연정이 구성되었다.독일 정당민주주의의 위기와 극복
'정당민주주의'란 정당이 정치적 선택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말한다. 이 용어는 가치중립적 용어이면서 동시에 정당의 강력한 역할을 비판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흔히 독일은 '정당국가(Parteienstaat)'로 불릴 정도로 독일 정치에서 정당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차 대전 후 독일의 정당민주주의는 나름대로 잘 작동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 공정한 분배를 달성하였고,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당민주주의에 위기가 생겨난 것은 다른 정당과 협치가 곤란한 극우성향의 대안당이 연방의회와 주 의회에 진입하고, 그에 따라 연정을 통한 연방정부나 주 정부 구성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그러한 어려움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튀링겐주에서는 2019년 주 의회 선거에서 전체 90석 가운데 대안당이 22석을 차지하여 나머지 정당으로 과반을 확보하는 정부 구성이 매우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좌파당-녹색당-사민당이 연정을 꾸렸으나, 42석의 소수 정부(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는 전통적인 거대 양당인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에 대한 지지 감소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연방총선 득표율은 과거 70~80%에서 점차 하향곡선을 보이다가 2021년 50% 이하로 떨어졌다. 대안당이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의 연방총선에서 10%가 넘는 득표율을 보이고 있고, 대다수 주 의회에서도 득표율이 점점 더 상승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6월에는 튀링겐주 존네베르크(Sonneberg) 지역의 군수 선거에서 처음으로 대안당의 후보가 당선되기도 하였다. 2023년 10월에 치러진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는 18.4%를 얻어 제2당이 되었고, 같은 날 치러진 바이에른주에서도 14.6%를 득표하여 제3당이 되었다. 이처럼 대안당의 지지율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데에는 2015년 이후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하는 등 연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민/난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대안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2024년 초반에는 독일 전역에서 대안당에 반대하는 시민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당의 약진이 아직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 일부에서는 과거 바이마르 시대에 나치가 등장한 1933년의 모습이 재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치권은 세계적 보수화 또는 극우화 현상과 맞물린 대안당의 확산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시민 정치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것과 어긋나는 다소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9월에 치러질 동독지역의 작센, 튜링겐, 브란덴부르크의 3개 주 의회 선거가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이 연재는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에서 기획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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