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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공항을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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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공항을 지어라 [제주2공항을 반대한다]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되었고, 2016년 7월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은 전면화되었다. 42일 동안 단식을 이어나갔던 성산읍 주민 김경배 씨는 반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하여 2018년 ‘6·13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에게 계란을 던졌으며, 제주도에 공군기지가 들어설 것을 우려하는 전국의 시민들은 2018년과 2019년 여름 제주에 모여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과 중앙정부는 소통을 거부해 왔다. 김경훈 시인은 제주 제2공할 건설 반대집회에서 낭송했던 시들을 통하여 그러한 흐름과 양상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편집자

2015년 11월 10일, 신산리・온평리・수산리・난산리・고성리 등 성산읍 지역이 제주 제2공항 입지로 발표됐다. 이는 국가로부터 지역주민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께 식으로 뒤통수를 맞은 것이었다. 이것은 또한 국가로부터 주민들이 ‘정리해고, 권고사직, 직장폐쇄’를 강요당한 것이었다.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열어서 제2공항 부진선정을 ‘끔찍한 테러’로 표현하고 부지선정의 원천무효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반대의견을 분명히 표명했다.

공항을 지어라
내 몸 위에 지어라
나의 배를 가르고
나의 피를 뽑아내서 그걸로 반죽을 하라
나의 살을 도려내서 그걸로 미장을 하고
나의 뼈를 추려내서 그걸로 기둥을 세워라

그리하여
나의 무덤 위에 공항을 지어라

모든 권력은 이렇게 국민들의 고통 속에서만
지속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공항을 지어라
조상들 대대로 이어온 영혼의 안식처
그 무덤들에 포클레인 삽날을 들이대어라

그러면 우리는
깃발 대신 죽창을 다시 들 것이다
성산읍 일대에 자존의 울타리를 치고
원천 봉쇄 원천 차단할 것이다

민간의 탈을 쓰고 들어오는
이 군사주의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강정을 이야기 하고
다시 4.3을 말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반복되는 이 광견병적인
국가폭력의 구조에 대해
이 불치의 전염병 같은 권력과 자본의 폭압에 대해
천둥과 벼락의 정의의 불로써 응징할 것이다

그러니 공항을 지어라
설문대할망 그 모성을 도려내고
한라영산 그 신성을 파괴하고
자기의 땅에서 유배된 자들의 집단 죽음 위에
폐허의 공항을 지어라!
- 김경훈의 시, ‘공항을 지어라!’ 전문

▲ 강정 해군기지의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기 전 모습. ⓒ이길훈

2016년 7월 25일,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성산읍대책위는 지역 언론에 제주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합하여 제2공항 반대여론을 고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지역 언론에 기고하거나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반대 집회를 열면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대책위는 제2공항 사업의 본질은 국토부와 제주도의 관료들이 거대자본과 야합해서 벌이는 또 하나의 4대강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토건이야말로
경제를 살리고 정치도 살리는 사업이다
일찍이 미국의 뉴딜정책이 있었고
이걸 박정희가 먼저 깨우쳤다
그리고 이명박이 따라 했다

토건은 정권의 젖과 꿀이다
여기서 권력이 나오고
여기서 실탄이 나온다
대권의 시작이 바로 여기 토건에 있고
토건이 정권을 만든다

아무리 단식투쟁하고 천막농성하고
길거리 시위를 해도
이것은 절대 변할 수 없는
절대 멈출 수 없는
절대지존의 사업이다

자 보라 내로라하는 굴지의 토건기업이나
제주의 건설업체들 그리고
덤프트럭 포클레인 기사까지도
이 제주 제2공항공군기지 건설사업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잉된 생산은 필연 공황을 낳는다
공황은 전쟁을 예비한다
전쟁은 파괴와 동시에 건설의 토건을 부른다
토건은 죽지 않고 영원히 계속된다
이것이 토건 자본 영생의 꿈이다

그러나 꿈 깨라
계란이 바위를 뚫는다
단식투쟁이 토건의 댐에 균열을 낸다
천막농성이 토건의 철근을 뒤흔든다
길거리 시위가 토건의 도로를 점령한다

이 천박한 자본을 도려내는 것이 경제 민주화다
이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정치다
이 예비된 공황과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이 토건의 영원한 자기 복제를 차단하는 것이
이 토건을 당장 멈추게 하는 것이,

이것이 평화다!
- 김경훈의 시, ‘토건의 꿈’ 전문

2019년 2월 14일, 6・13지방선거 당시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51)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해 5월 14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도지사 후보 원 포인트 토론회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단상으로 올라가 원희룡 후보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두 다리 잃은
팔레스타인 청년이 돌팔매로 저항하다가
다시 총을 맞고 죽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생업의 터전을 잃게 된
성산읍대책위 부위원장이 날계란 두 개를 던졌다가
폭력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당했다

무엇이 다른가!
저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절박한 항전을
저 대의를 위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작은 폭력도 폭력이라고
그래선 안 된다고 훈계하려는가

‘전제와 탄압에 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동학에서 죽창을 들었고
일제강점기에 폭탄을 던졌고
제주4.3에서 봉화를 올렸고
광주에서 총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돌팔매와 날계란은 정당하고 또한 정당하며
명백히 정당하다
비열한 악에 맞선 눈물겹고 전율적인
정의로운 저항이다

누가 감히 이들을 비웃는가
누가 감히 이 성스러운 폭력을 폄훼하는가
누가 감히 이 죽창과 폭난과 봉화와 거총을 거부하는가

이것이 폭력이라면 이것이 애국이다
이것이 테러라면 이것이 애족이다
이것이 위법이라면 이것이 애민이다

이 폭력을 나에게 달라
이 폭력을 우리에게 달라
이 폭력으로
내 한 몸 폭력이 되어 저 거대한 폭력을 무찌르자!
돌팔매가 되자
날계란이 되자

이것이 진실이다
이것이 아니면 다 가짜다! (* 세계인권선언문 중에서)
- 김경훈의 시, ‘폭력에 대하여’ 전문

2018년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2019년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군사기지화 반대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있었다. 전국에서 연인원 5백 명 이상이 참가한 이 행사는 원래는 강정 해군기지 반대 평화대행진으로 출발했으나 성산의 제2공항 문제가 불거지자 두 지역을 연결해 진행한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강정의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성산의 공군기지(지역 주민들과 참석자들은 제2공항으로 포장되어 들어오는 것의 정체가 바로 공군기지라는 사실을 모두 뚜렷하게 가슴에 각인하고 있었다.)를 막아내자는 일치된 신념으로 무더위를 이기며 씩씩하게 걸었다.

내 눈앞에서
버젓이 불의가 판을 치고 있다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의 강제가
강정을 도륙내고 짓이기더니
이제는 가증스런 협잡으로
강정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강정은 해군의 바다
강제로 빼앗긴 지 11년이라네
그런 일이 있었네 강정에선
차단의 펜스가 마을을 도려내고 구럼비가 폭파되고
그 안에선 해군기지가 중국을 노리고 있네
4.3의 피를 묻히고 이지스 줌월트가 온다네
그렇게 미국의 체스판
주권도 내주고 자존도 내주고 정조도 내주고

내 눈앞에서
버젓이 부정이 판을 치고 있다
자본이라는 이름의 악마의 발톱이
성산을 할퀴고 아작내려고
호시탐탐 미래를 갉아먹으려
성산을 노리고 있다

성산은 공군의 하늘
강압의 포클레인 삽날이 노린다네
그런 일이 있었네 성산에선
4.3의 광풍이 마을들을 도려내고
일출봉 터진목 광치기 해안에 시신들이 널렸었네
4.3의 피가 스민 이곳에 공항이 노리고 있네
그렇게 토건자본의 먹잇감
땅도 내주고 오름도 내주고 하늘도 내주고

이제 어깨 걸고 함께 가자
강정에서 성산까지
국가와 자본의 더러운 음모를 밟아버리자
강정에서 성산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오직 평화의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자
내 눈앞에서
우리 모두의 눈앞에서 온갖 불의와 부정의
그 더러운 것들을 싸그리 쓸어버리자

그렇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민중의 함성
강정은 비무장 평화의 성지
그렇다 제2공항 절대반대 민중의 외침
성산은 주권자존 자강의 성역
- 김경훈의 시, ‘강정에서 성산까지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부쳐‘ 전문

2016년 1월 7일, 제주도와 국토부가 주최한 ‘제2공항 성산읍 현장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것은 ‘소통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소통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명분의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민들이 반대했다고 해서 공항건설을 중단한 예가 없다.”고 말해서 주민들의 분노의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또 ‘부지선정 용역과정의 부당성과 환경훼손 등의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 운운하며 주민들을 겁박했다.

과식(過食) 과음(過飮) 과욕(過慾) 과민(過敏) 과다(過多)
과대(過大) 과실(過失) 과용(過用) 과열(過熱) 과로(過勞)
과적(過積) 과징(過徵) 과태(過怠) 과당(過當) 과중(過重)
과소비(過消費)

자고로
과(過) 자가 들어가는 말 중에
좋은 게 하나도 없으니

과속(過速)
- 우린 그동안 너무 빨리빨리 달려왔다
과잉(過剩)
- 제주도에 숙박업소 골프장 남아돌고
과포화(過飽和)
- 넘쳐나는 인파로 똥물과 쓰레기 또한 넘치니
과부하(過負荷)
- 이제 용량 초과로 터질 일만 남았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친 것은 이르지 못함만 못하다 하였고
과욕초화(過慾超過)라
과도(過度)한 욕심은 꼭 화를 자초하나니

너, 과오(過誤)하고 과신(過信)한 원희룡 도백아
이게 다 너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너 자신 과거(過去)가 되고 싶지 않거든
너의 자리 과분(過分)한 줄 알고
이제 그만 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 물러남이 어떠한가
- 김경훈의 시, ‘과유불급(過猶不及)’ 전문

2019년 12월 현재,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는 이름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던 많은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국제자유’를 위한 ‘특별자치’는 애초부터, 지금껏 없었다. 오히려 ‘국제자살’이나 ‘특별자해’가 있을 따름이다. 그것은 ‘자기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제주도 주민들 자신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로 우리는 분명코 제2공항을 반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용한 시들은 모두 제2공항 반대집회에서 낭독했던 것들이다.)

삶이나 혹은 죽음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
이것을 어떤 이는 주체라고 하고
다른 이는 자주라고도 한다

이렇게 사는 것을
자유의지 자주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개인의 의지는
더 큰 폭력의 구조 앞엔 무력하다

돌이켜보자 일제강점기 시절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끌려가서
강제노동 성노예 총알받이
이것이 일본 식민지 백성들의 숙명이었다

주위를 돌아보자 미제간섭기 시절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무작정 들어오는
평택 미군기지 군산 미공군기지 성주 사드
이것이 종속국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더 가까이 보자 소위 지방자치제 시절
자치적 논의도 없이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제주해군기지 제2공항공군기지 신항만
이것이 부속도서 제주섬의 비명이다

어디서부터 시작인가 당연히
자신의 결정권을 되찾는 것부터다
제주섬의 자치권을 확보하고
이 나라의 자주권을 확립하는 것

이것은 나 자신의 자립운동이고
제주섬의 독립과 이 나라의 해방운동이다
이것은 더러운 숙명과 운명과 비명을 짓이기는
자유의지 자주인의 행동강령이다
- 김경훈의 시, ‘자기 결정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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