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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일가 '사법처리'냐 '추가출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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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일가 '사법처리'냐 '추가출자'냐

산은 '추가출자' 압박에 LG그룹 강력반발, 금감원 "내부거래 조사중"

LG카드를 강제로 떠맡은 산업은행이 LG그룹에게 LG카드 추가출자를 요구하고, 이에 대해 LG그룹이 강력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산은총재 "LG그룹 추가출자하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8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LG카드에 1조2천억원을 증자해야 한다는 데 대해 채권단의 동의가 이뤄졌다"면서 "현재 LG그룹과 채권단의 분담 규모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LG그룹의 분담액에 대해서도 채권단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LG그룹으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했지만 `고민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 총재는 "LG카드사태가 처음 터진 이후 LG그룹의 지원이 미흡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며 또한 채권단의 판단인
만큼 LG그룹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추가적인 출자에 LG그룹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그동안 미흡했던 면을 일시에 해소하게 된다는 점에서 LG그룹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LG그룹에 대해 추가출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유 총재는 이어 "LG측의 추가 출자는 후순위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이는 LG측에서도 새로운 투자로 접근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카드나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가 카드사의 문제를 안아갔다"며 "이에 비해 LG측의 노력은 부족했으며 이는 자신뿐 아니라 채권단, 국민 여론도 동일한 것 같다"고 LG측을 압박했다.

유 총재는 LG그룹에 희망하는 출자규모에 대해선 "증자액 1조2천억원중에서 후순위채 5천억원은 당연하고, LG증권 매각에 따른 손실과 올해 LG카드 흑자분 8백억원을 감안할 때 2천7백억원 정도의 추가적인 지원도 약속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해, 정부가 1조2천억원의 증자액 가운데 최소한 7천~8천억원을 LG가 떠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유 총재는 "LG카드에 대한 출자의 결정은 적어도 연내까지는 해결돼야 한다"면서 "출자전환하지 않으면 청산으로 가는 만큼 LG그룹이 이해득실을 따져보더라도 출자할 것으로 본다"고, LG카드 청산 가능성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유 총재가 이처럼 LG그룹에 대해 추가출자를 강력 압박하고 나선 것은, 앞서 채권단에 대한 LG카드 추가출자 요구에 채권단이 강력반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단은 정부가 이미 여러차례 약속을 깨고 지난해와 올 연초에 이어 또다시 추가출자를 요구하는 것은 더이상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며, LG카드 부실의 근본적 책임자인 LG그룹이 추가출자를 전담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그룹, "다 끝난 일. 추가지원 의무없다"**

그러나 산은의 추가출자 요구에 대해 LG그룹은 강력반발하고 있어, 과연 LG그룹이 추가출자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LG그룹은 추가출자 전환 요구에 대해 즉각 "채권단 요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추가 출자전환 여부는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거부입장을 밝혔다. LG그룹측은 지난해 LG카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추가 지원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LG카드에 대해 1조1천7백5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했다며, LG그룹에게는 더이상의 추가지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일단 산은의 추가 출자 요구를 각 계열사에 전달했으며 계열사들은 이사회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공을 계열사로 떠넘겼으나, 계열사들이 잇따라 출자 불가 입장을 밝혀 LG그룹이 사실상 출자거부로 입장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 예로 LG전자는 이날 LG카드에 대한 출자설과 관련된 증권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LG카드 출자 보도 관련, 현재까지는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LG석유화학도 이날 증권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에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 거부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 "구본무 회장 등 내부자거래 혐의 조사중"**

하지만 이같은 LG그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연 LG그룹이 끝까지 산은의 추가출자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산은의 추가출자 요구 이면에는 금융감독원이 있고, 금감원은 지난해 LG카드 사태 발발직전에 구본무 회장 등이 행한 내부자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사결과에 따라선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 오너들에 대해 형사 처벌 및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구 회장을 비롯한 LG카드 대주주의 지분매각과정에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의혹에 대해 해당부서에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LG카드 대주주의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내부자거래인지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기술적인 부분인 데다 관련자도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조사가 신속하게 마무리되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 연내처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LG투자증권 노조는 지난 1월14일 구본무 회장 등 LG카드 대주주를 비롯한 구씨와 허씨 일가의 특수관계인 94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 LG카드에 1차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기 6개월 전인 지난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LG카드 주식을 처분해 1조4천억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었다.

당시 노조는 "유동성 지원에 따른 산업은행 등의 공적 자금 투입으로 국민들의 혈세도 빠져나가는 등 국가경제가 막대한 영향을 받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1백대 부호중 20명이나 되는 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아무런 책임없이 건재하다는 것은 사회윤리, 경제정의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금감원에 대해 "관계당국은 규정대로 무기징역 또는 손실회피금과 부당이득금의 3배까지 벌금형을 부과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라 구본무 회장 등 구씨-허씨 일가는 무더기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산은이 지난해 LG카드 발발당시 LG그룹과의 합의외에 LG그룹에 대해 추가출자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연속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계 일각에서는 LG그룹의 추가출자와 금감원 조사가 맞교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해 LG카드 사태가 발발했을 때 LG카드 사태의 책임자인 구씨-허씨 일가에 대한 단호한 책임 추궁이라는 '원칙'을 깨트리고 채권단과 국민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등 편법으로 일관한 김진표 경제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당시 김진표 재경부장관은 LG카드를 산은에 강제로 떠넘기면서, 산은에 그 대가로 3조원의 혈세를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요컨대 원칙을 무시한 편법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이번 LG카드 사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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