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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교육재정 두고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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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교육재정 두고 ‘힘겨루기’

서울시 “위헌소송 낼 수도”, 관련법 개정 반대 10만 서명

내년도 교육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상정해 내년부터 교육재정에 투여되는 국가부담금을 사실상 줄이겠다는 입장인 반면 지자체들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위헌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 “의무교육에 드는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

서울시는 지난 8일 “현행 교부금법에 명시돼 있는 ‘공립중학교 교원봉급을 지자체가 계속 부담토록 한다’는 조항의 효력이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모두 2천8백억원에 달하는 중학교 교원 봉급을 삭감했다”며 “부산시와 경기도 등도 내년 예산에서 이를 제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학교 교원 봉급은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시가 교원봉급의 100%를, 부산시가 50%,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경기도 등이 각각 10%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교부금법을 개정해 2005년 이후 중학교 교육과정이 의무교육으로 전환된 뒤에도 지자체들이 계속해서 중학교 교원봉급을 부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국가가 부담해야할 의무교육 경비를 지자체에게 떠넘기는 것은 위헌요소가 있다”며 “만약 정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를 통과시킨다면 권한쟁의 심판과 위헌법률심판 청구권 등 헌법재판소를 활용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6개 시·도교육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교육예산을 놓고 ‘배짱식’ 맞대결을 펼침에 따라 가뜩이나 예산 편성이 어려웠던 16개 시·도교육청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교육부가 교부금법을 개정하기도 전에 미리 이에 맞춘 예산편성 지침을 내려 저소득층 자녀 중식지원비 삭감까지 불러오더니 이번에는 서울시마저 중학교 교원들의 봉급을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래저래 독립적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교육재정의 비애감을 실감케 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홍렬 서울시교육위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은 애초 정부당국이 무리하게 교부금법을 개정해 현행보다 교육재정을 악화시키려 들면서 벌어진 필연적인 사건”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공약한 대로 GDP대비 교육재정 6%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교육재정은 2004년 현재 GDP대비 4.28%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 위원은 또 “지자체 또한 의무교육에 드는 비용은 무조건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식의 안이한 발상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세수운영에 있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위헌소송과 같은 극한적인 방법을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우리당 “지난 당정 협의 무효”, 교부금법 개정반대 10만명 돌파**

교육재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지자체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되자 열린우리당도 수수방관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교부금법 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애초 지난 10월 20일 열린 당-정 회의에서 정부안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아 비판여론에 직면했던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교육상임위원들은 최근 의원실간 워크숍을 통해 다시 교부금법 개정안을 꼼꼼히 살피는 한편 교육부에도 당-정 회의를 다시 열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정봉주 의원실 한 관계자는 “정부 추진안의 문제점을 미리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이 지금의 사태를 낳은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무겁다”며 “조만간 우리당 차원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고, 다시 당-정 회의도 열어 관련법 개정안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교육위원협의회는 지난 3주 동안 전국의 초·중·고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9일 현재 10만여명이 이에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국의 교직원들은 모두 37만여명으로, 협의회측은 이번 주까지 서명운동을 계속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국교육위원협의회 지방교육재정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홍렬 서울시교육위원은 “우선 관련법 개정안의 논의과정을 지켜본 뒤 만약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에 상정된다면 그 때를 기해 전국의 시·도교육위원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서명운동의 최종 결과도 공개한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빠른 시간 안에 16개 시·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해 교육재정이 어느 정도 열악해졌는지를 수치상으로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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