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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무등산에 골프장 지으면 어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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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무등산에 골프장 지으면 어찌 하려나" <기고>"송영길 의원, 우리 인연 아름답게 이어가길…"
인천 계양구 계양산 일대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개발 계획에 대한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작가 황광우 씨가 이 지역 국회의원인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쓴 편지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황광우 씨와 송영길 의원은 두 사람 다 광주가 고향이지만 인천에서 80년대를 함께 보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두 사람 다 그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해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조직원이었던 것. "광주가 두 사람의 육친의 고향이라면 인천은 정치적 고향"이라고 황 씨는 두 사람 간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황 씨는 또 "우리 두 사람은 인천에서 80년대 격동의 노동운동사를 함께 써내려갔던 셈"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황 씨는 "16년 전 인천을 버리고 광주로 내려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최근 인천으로 다시 이사왔고, '계양산 지키기'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 그가 과거 노동운동의 동지였던 송 의원에게 이 투쟁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송 의원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건설이 계양산 일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반대로 반려됐지만, 계양산 소나무 위에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면서 7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윤인중 목사는 "롯데가 골프장 건설 계획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나무에서 내려가지 않겠댜"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편집자>


송영길 의원께

지난 달 인천으로 이사 왔다네. 정든 고향 광주를 버리고 인천으로 이사 온 이유는 16년 전 인천을 버리고 광주로 내려온 것에 대한 빚, 그 빚의 작은 일부나마 뒤늦게라도 갚기 위함이라네. 그 많은 노동 형제들, 어디에서 무엇 하며 살고 있을까? 한 분씩 한 분씩 찾아 만나고 싶네. 고생들 많을 거야.

어제는 창한이랑 계양산 숲을 가 보았어. 가보니 높은 소나무 위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윤인중 목사였는데, 벌써 70일째라는구만. 먼저 나무에 올라간 신은정 씨의 체류 기간을 합하면 이미 120일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어. 숲 속 바람이 좋다고, 숲 속 나무들이 좋아 내려가기 싫다고는 하데만, 우리의 무관심, 불찰이 다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어. 어찌 12미터 고공이 좋겠는가?

롯데 재벌이 집요한 만큼, 우리도 집요해야 숲을 지킬 수 있다는 윤 목사의 고공 설법은 살아 있는 작은 예수의 그것이었어. 인간이 환경을 보호한다고? 이렇게 잔인무도하게 자연을 파괴한 세대가 또 있었냐면서 윤 목사는 목소리를 높이데. 30만 평의 솔 숲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골프장을 심으려는 롯데의 의도를 나 역시 방관할 수 없네. 나의 딸이 숨 쉴 공기를 주는 숲 아닌가?

계양산 숲 지키는 일에 송 의원이 적극 나서주길 바라네. 텔레비전에 송 의원이 나오면 송 의원이 좋은 말 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 내 마음이라네. 계양산은 삼각산과 관악산과 더불어 한양을 아우르는 산이 아닌가? 조선의 정신을 기획한 정도전 선생이 젊은 날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부평이었어. 어린 아그들 가르치면서 마음이 고적하면 어디에서 위안을 받았겠는가? 바로 계양산 솔 숲이지.

긴 글 쓰고 싶지 않으이. 계양산은 인천의 유일한 숲이자, 서울을 지켜주는 축이네. 만일 남산에 골프장을 짓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무등산에 골프장을 짓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양구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송영길이라는 것을 알고서 나는 엎어지는 줄 알았네. 우리의 인연이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할 것이고, 송 의원도 노력해주길 바라네.

나무 위에 사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네.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Australo-pithecus)는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였지. 이 원숭이가 지상으로 내려와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된 것 아닌가? 하루빨리 윤인중 목사님이 지상에 내려와 직립 보행하는 호모-에렉투스가 될 수 있도록 우리 힘 합하여 노력함세.

2007년 2월 25일

황광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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