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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왜 폭력적인가
[인문견문록] 칸트의 <영구평화론>
21세기가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막연히 생각하던 21세기는, 장밋빛은 아니어도 적어도 전쟁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이라크 전쟁, 리비아 전쟁, 시리아 전쟁 등 새로운 밀레니엄은 전쟁으로 얼룩졌다. 장밋빛 21세기가 이처럼 처참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유럽중심주의는 식민주의에 대한 면죄부
[인문견문록] 제임스 블로트의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새해가 되어 책장에 묵혀두었던 카렌 암스트롱의 책 축의 시대(정영목 옮김, 교양인 펴냄)를 펼쳤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었지만,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이었다. 수녀 출신의 저명한 종교연구자 카렌 암스트롱이 쓴 책이다. 4000년 전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책을 읽던 중 불편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암스트롱이 고대 중국을 설명하면서 쓴 문장이다. "상나라는 평
사유재산제는 약탈의 도구다
[인문견문록] 존 로크의 <통치론>
사립유치원의 조직인 '한유총'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유치원 3법'을 반대하면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정부의 개입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보면서 착잡했다. 물론 한유총을 비판하는 여론이 대다수지만, 또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다. 적은 숫자이지만, 사유재산의 절대성을 들먹이며 정부 정
또 다른 '서정민'과 '김덕영'을 위해
[민미연 포럼] 강사법이 보여주는 한국 대학 지성계의 민낯
여러 언론에 따르면 '강사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대학들이 강사들에 대한 대대적 해고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강사법은 원래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 씨가 열악한 처우와 임용 비리를 고발하면서 목숨을 끊은 일이 계기가 되었다. 2013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4번이나 유예됐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강사법은 대학 측 대표
'인권을 위한 개입', 침략을 정당화하다
[인문견문록]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유럽적 보편주의>
얼마 전 '예멘 난민'에 대한 지지와 반대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심지어 난민 문제를 포함한 중동의 많은 문제가 이슬람의 문제로 환원되어 설명하는 글이 나돌아다녔다. 흥미롭게도 이슬람 비하 글에 달린 댓글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혐오감을 여과 없이 내비치고 있었다. 보수 기독교인은 기독교의 관점에서, 지식대중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중동에 대
중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인문견문록]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지난 100년간 총독부 통치와 독재 정권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국가'라는 통치기구가 잘못 작동하면 국민이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의 과잉으로 힘들었던 우리와 달리 17세기 유럽은 국가의 결핍을 자신의 문제로 절감했다. 그들에게 올바른 국가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해결책이었다. '국가 만들기'를 화두로, 자신의 사상을
일본이 욱일기를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인문견문록]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
일본 욱일기가 논란이다.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 때 일본 해군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진심으로 사죄한 적이 있을까?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운 때문에 반감은 더욱 커진다. 같은 전범국가라도 전쟁 이후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거듭 사과하는 독일과 비
지식인의 독약 '유럽중심주의'란 무엇인가?
[인문견문록] 강철구의 <역사와 이데올로기>
필자가 일하는 단체의 이름은 '민족미래연구소'다. 가끔 어디서 일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 '민족미래연구소'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의아해한다. 마치 "요즘 세상에 민족이라니 너무 촌스러운 것 아니야?"라는 말을 건네는 듯하다.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 지식인의 담론세계에서 '민족'은 과거 유물처럼 취급받는다. 한국을 대표하던 문학인단체 '민족문학
인간 불평등의 기원을 찾아서
[인문견문록] 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는 통계청 뉴스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았는데, 오히려 불평등이 더 커지다니….불평등해소에 관심도 없던 보수세력이 앞장 서 문재인 정부 탓을 한다. 불평등한 한국사회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크다. 하지만 '불평등' 그 자체를 사유하는 이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기득권들은 돈, 권
어린이 50만 명의 목숨 값은 얼마일까?
[인문견문록] 앤드루 바세비치 <워싱턴 룰>
원래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대한 서평을 쓰려했다. 그런데 칸트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1세기 현재 대부분의 전쟁은 미국과 연결되어 있는데 미국을 이야기하지 않고 평화론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의 대외정책을 말하지 않고 평화론을 설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일 듯하다. 다시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책들을 살펴본다. 미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