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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마운드에 '태양'은 다시 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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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마운드에 '태양'은 다시 뜰 수 있을까 [베이스볼 Lab.] 재활만 견디면 부활 가능성 높다
15일, 야구팬들에게 안타까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 에이스로 활약한 투수 이태양(25)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일명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다는 비보다. 수술과 재활이 이상적인 스케쥴로 진행되더라도 이태양이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건 빨라야 2016년 시즌 중반 정도다. 한화 마운드는 물론, 에이스급 젊은 투수가 태부족한 KBO리그 전체에도 안타까운 일이다.

당연히 이런 질문이 생긴다. 2014시즌 30경기에 등판해 한화 팀내 최다승(7승)과 최다이닝(153)을 소화한 ‘태양’이 다시 뜰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사례만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1974년 메이저리그 투수 토미 존(Tommy John)이 처음 수술대에 올라 성공을 거둔 이후, 지난 40년간 의학계와 야구계는 이 수술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 결과 토미 존 수술을 받는 선수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고, 수술 이후 복귀에 성공하는 비율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우선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보자. 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Five Thirty Eight>의 롭 아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최근 10년 동안 토미 존 수술은 그 이전 10년보다 115% 증가했다. 또한 이 수술을 받은 선수 중 약 80%가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했는데, 이는 어깨 수술 이후 복귀 비율인 67%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물론 20%의 실패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매년 수 십 명의 신인 파이어볼러가 새롭게 등장하는 메이저리그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면 많은 편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투수 자원이 부족한 KBO리그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베이스볼 Lab.>은 역대 KBO리그 1군 투수 중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사례들을 조사했다. 물론 선수의 부상 정보를 100%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국내리그 특성상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토미 존 수술 사실이 알려진 선수들만을 갖고 조사했고, 수술 전 1군에서 활약한 기록이 있는 선수들을 대상자로 삼아 수술 이후 성적 변화를 살폈다. 외국인 선수와 입단 직후 수술한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선정한 대상자는 총 41명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메이저리그보다 토미 존 수술 선수들의 복귀 비율이 훨씬 높았다. 41명 중 아직 1군 복귀는 못했지만 현역 신분인 4명(김광삼, 성영훈, 임진우, 조정훈)을 제외한 37명 가운데 36명의 선수가 수술 이후 1군에서 기록을 남겼다. 조사 대상 중 1군에 복귀하지 못한 선수는 김진웅(전 삼성) 하나다. 엘리트 투수 자원이 귀한 리그 특성상, 수술 전 1군 경력이 있는 투수들 대부분이 수술 이후에도 마운드에 돌아온 셈이다. 이태양의 경우도 수술과 재활만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1군 무대 복귀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 기대하듯 수술 이전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수술 전후 1군 등판 기록이 있는 36명의 타석당 삼진비율과 타석당 볼넷 비율의 차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폈다. 다른 기록 대신 삼진%-볼넷%를 택한 건 승패와 평균자책점보다는 삼진과 볼넷이 투수 개인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스탯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36명 중 18명의 투수가 수술 이후 삼진%-볼넷%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술 이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강철민, 류택현, 신승현을 제외하면 15명의 투수가 토미 존 수술 이후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반면 18명은 수술 이후 퍼포먼스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넥센 김정훈과 롯데 이상화는 수술 이전 1군에서 소화한 이닝이 적어서 큰 의미는 없다. 임창용 역시 수술 이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뛴 기간이 길어서 예외로 봐야 한다. 과거 사례들만 놓고 보면, 절반 가량의 투수가 수술 이후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셈이다.

적은 샘플을 갖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수술 이전까지 던진 이닝수가 적거나 나이가 어린 투수들일 경우 수술 이후 성적이 향상되는 예가 많았다. 백정현, 강윤구, 노경은, 권혁, 정민태, 정현욱, 최대성은 수술 이전 한 시즌 규정이닝 이하(128이닝 이하)만 소화한 뒤 수술대에 오른 투수들이다. 이 중 노경은, 권혁, 정민태, 정현욱은 복귀 이후 리그 엘리트급 투수로 성장했다. 이는 일각에서 얘기하듯 토미 존 수술에 따른 효과라기보다는, 나이 어린 유망주 투수가 1군에서 경험이 쌓이고 전성기로 진입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태양 역시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215.2이닝을 소화한 젊은 투수라는 점에서, 복귀 이후 좋은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면 수술 이전 오랜 기간 활약하며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은 복귀 후 퍼포먼스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1000이닝 이상을 던진 뒤 수술한 임창용, 주형광을 비롯해 배영수(980이닝), 채병용(872.2이닝), 문동환, 이재우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이전에도 엘리트급 투수였다가 수술 후 성적이 더 좋아진 사례는 윤길현, 봉중근, 정명원, 권오준, 이동현 정도다. 이 중 봉중근과 정명원은 수술 후 마무리로 전향해 볼넷/삼진과 평균자책점이 좋아진 경우다. “토미 존 수술을 하면 구속이 빨라진다”거나 “더 좋은 투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세간의 미신이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많은 연구 결과는 토미 존 수술이 다친 인대를 ‘복원’하는 수술이지 인체 개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Five Thirty Eight>의 롭 아서에 따르면 토미 존 수술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술 전후 퍼포먼스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수술 후 수술 전에 비해 9이닝당 탈삼진이 0.06개 줄었고, 9이닝당 볼넷은 0.18개가 늘어났다. 또한 복귀 이후 3년간 소화하는 이닝도 약 53이닝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술 전과 큰 차이가 없거나 성적이 소폭 하락한 셈이다.

이는 KBO리그도 마찬가지. 조사 대상으로 삼은 토미 존 수술 투수 41명의 수술 전후 성적 변화를 정리한 다음 표를 살펴보자.


수술 전에 비해 볼넷 비율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대신 탈삼진 비율도 약 0.8%가량 줄어들었다. 평균자책점도 0.13가량 증가해 이전보다 약간 나빠진 수치를 보였다. 이는 수술 이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과거 사례들은 한화 이태양의 수술 후 1군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복귀할 경우 수술 이전과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사실 메이저리그나 한국이나 2000년대 들어 토미 존 수술을 하는 선수가 크게 늘면서, 일각에서는 ‘젊은 강속구 투수의 통과의례’ ‘투수가 받는 포경수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제 토미 존 수술은 더는 투수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 아니다. 한화 이태양도 다른 투수들이 그랬듯이 매우 높은 확률도 마운드에 돌아올 것이며, 이전처럼 좋은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여기에 재활 과정에서 신체 여러 부분을 강화하고 투구 메커니즘을 잘 손질한다면, 부상 전보다 더 뛰어난 투수로 돌아올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화 팀 내에 배영수, 권혁, 윤규진, 송창식 등 토미 존 수술을 극복하고 마운드에 다시 선 선배 투수들이 많다는 건 이태양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태양이 긴 재활 기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한화 마운드의 태양으로 높이 떠오르길 기대한다.
기록출처: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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