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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해선 안될 조직'?'국민의 밥' 지키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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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존재해선 안될 조직'?'국민의 밥' 지키는 기관? [밥&돈·4] 공식경제가 무너지는 시대의 경찰 역할
'지강헌 사건'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법칙이라고 믿고 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 이 법칙은, 최근 한화의 보복폭행 사건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아주 드문 순간이 아니면, 대체적으로 관철돼 왔다.

대한민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경찰과 검찰이 어떻게 다른지, 누구에게 수사권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얘기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부패했는지 청렴했는지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매번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돈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 확산됐던 것처럼, 그 일련의 흐름 속에 있는 이번 사건도 '철의 법칙'처럼 경찰이 했던 모든 일을 설명해 준다.

'유전무죄의 시대'…경찰청장은 물러날 필요가 없다
▲ 이택순 경찰청장. ⓒ프레시안

'경찰청장'은 물러나야 한다. 왜냐면 아직 우리나라 '경찰'에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경찰이 필요 없다면, 그들이 세워야 하는 질서의 영역이 없다면, 경찰청장은 물러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이 언제까지나 지금의 부패구조를 껴안고 갈 생각이라면 경찰청장이 물러날 필요는 전혀 없다.

기껏해야, 지강헌 사건 이후로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유전무죄'라는 공권력의 법칙을 관철시키고 있으려면, 시위를 막기 위한 공권력이나 휘두르려면, '악의 고리에 기생하는 악어새' 같은 존재로나 남아 있으려면, 경찰청장은 물러날 필요가 없다. 경찰들도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

경찰의 '경제적' 존재의미는 없다

'법원'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군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법원은 이 기업들을 생각보다 잘 관리해 많은 기업들이 되살아났다.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경제학자의 눈으로 볼 때는 적어도 법원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한 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왜 자신이 존재하는지 증명한 적이 없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저지른 불법에 가까운 행위들, 즉 경제적 범죄와 공정한 경쟁 사이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대해, 검찰이 능력을 발휘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검찰은 다른 나라에도 있으니까 우리나라에도 있는 기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는커녕 한화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인해 존재해서는 안 될 조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경찰은 형법과 행정법상 필요한 조직일지는 몰라도, 경제정의의 관점에서는 해로운 조직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그래서 경찰청장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해로운 조직의 지도부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하게 자리보존이나 하는 지금의 모습은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경찰이나 조직폭력배나 어차피 한화 같은 대기업집단이 관리하는, 평소에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 불과하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들 집단을 유지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공식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나 지하경제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대체적으로 국민총생산(GNP)의 10~12%가 지하경제로 추정되는데, 실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제는 공식경제(formal economy)'와 '비공식경제(unformal economy)'로 나뉘는데, 일단 지하경제는 비공식경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지하경제와 비공식경제의 금을 긋는다는 것은 어렵고 이 둘은 혼재돼 존재한다.

지하경제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이며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행도 모른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대한 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도 수 년 전 어림잡아 추정한 적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른다.

지난해 '바다이야기'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적이 있다. 지역 곳곳에는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다. 상권이 무너졌고, 지역경제가 무너졌다.

게다가 이제는 사채업자들이 공공연히 공중파에서 소위 스타라고 하는 사람들을 내세워서 여러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일단 사채를 쓴 사람들은 다시는 은행에서 정상적인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의 '공식영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들은 사채업자들 사이를 전전하다가, 아주 빠른 시간에 범죄자나 낭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신용카드 남발로 서민층이 무너졌고, 노무현 정권에는 바다이야기와 사채업으로 국민경제의 공식경제의 기반이 무너지는 중이다.

현재의 흐름대로 가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당연히 지하경제는 더욱 커진다. 은행 문턱에도 가볼 수 없는 국민들은 언젠가 신체포기 각서를 손에 받아들 운명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은 공식경제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의 '공식' 경제학자나, 이들이 만드는 통계를 중심으로 상황을 다루는 민간연구소나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손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양극화'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몇 년 후 국가통계에 잡히는 중산층의 하단과 민중들의 붕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일이다.

'지하경제 전성시대'…경찰에게 주어진 소명

이런 지하경제와 싸우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 바로 지금 경찰이 방기하고 있는 경찰의 진정한 역할이다. 지하경제의 확대로부터 공식경제의 영역을 지켜내는 일이 지금의 양극화 국면에 우리 경찰에게 새롭게 주어진 큰 역할이란 뜻이다.

그런데 전직 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오히려 이런 지하경제와 얽혀서 '진정성'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경찰과 검찰의 업무는 엄연히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데도, 자신이 지휘하는 수사진의 '진정성'이라는, 이 어법에도 안 맞는 말을 하면서 지금 경찰청장이 더 지켜야 할 명예가 있는가?

만약 2007년 경찰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없다면, 나는 이 이상한 경찰청장이 3년을 해먹든 5년을 해먹든, 검찰에 경찰이 흡수되든, 아니면 경찰 업무가 민영화돼 삼성의 세콤 같은 민간업체에 넘어가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경찰에게는 지금 잡범 잡는 일 말고, 국민 생존권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지하경제'와의 전쟁이라는 큰 일이 있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사퇴와 경찰의 재탄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 경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과 단절하기를 고대한다. 이상한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이 '깡패 전성시대'에 경찰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하경제로부터 막아주고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하길 바란다. 경찰이 전통의 '소도' 같은 도피처가 돼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지금 정부 통계나 관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무한증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하경제를 잠깐이라도 제어하고 막아줄 수 있는 것이 경찰이다. 이 일을 총리실이 하겠는가, 재정경제부가 하겠는가? 아니면 사건이 벌어져야 움직일 수 있는 머리만 있는 조직인 검찰이 하겠는가?

국민을 '밥'으로 보지 말고 '국민의 밥'을 지켜주길
▲ '보복폭행' 사건으로 조직폭력배와의 네트워크를 만천하에 드러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프레시안

한화의 보복폭행 사건의 성질이 나쁜 것은 이 사건이 단순히 경찰의 부패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공식경제'의 정점에 서 있는 대기업과 '지하경제'의 정점에 서 있는 조폭이 전화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사후처리도 같이 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국민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이 엉뚱한 네트워크를 끊지 않으면, 다른 대기업들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무전유죄'의 법칙이 지배하는 지하경제 전성시대로 흘러가게 된다. 지금 러시아가 그렇고, 멕시코가 그렇고, 이탈리아가 그렇다. 양극화의 심화로 중남미형 경제로 전환될 위기에 선 이 순간, 어느 경제기관보다도 경찰이 국민경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찰은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라는 '사회적 자산'을 갉아먹는, 일종의 '비경제' 요소일 뿐이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경찰'은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울 때, 가령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때 주저 없이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다. 그래야 경찰이 스스로를 '공공선'이라고 지칭하고, 그 존재의 편익을 평가받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밥'을 지키는 일을 경찰이 해주기를 바란다. 국민을 '경찰의 밥'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가난하면 결국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 새로운 흐름을 경찰이 끊어주길 바란다. 경찰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한화나 검찰이나 청와대가 아니라 바로 국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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