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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한 번 미친 짓 하니, 계속 미친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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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한 번 미친 짓 하니, 계속 미친 짓을…" [4대강은 지금]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랐는데…"
토요미 씨는 일본인이다. 토목공학과 교수로 일하다 얼마 전 퇴직했다. 지금은 지역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일본 아이치(愛知) 현 나고야(名古屋) 시의 나가라(長良) 강 인근. 나가라 강은 깨끗한 수질로 유명해 시즈오카 현의 가키타 강, 고치 현의 시만토 강과 함께 일본 3대 청류로 여겨진다. 일본 정부에 의해 1급 하천으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1995년 나가라 강 하구에 댐이 건설되면서 달라졌다.

산업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댐이 건설되면서 나가라 강 수질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용존산소량도 감소했다. 그에 따라 조류도 늘어났다. 특히 담수를 막아놓은 댐 하부에 유기퇴적물이 쌓여 수질환경의 변화를 초래했다. 댐 주변 강바닥에는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갔다.

인근에서 어업을 하던 주민 생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댐 건설은 강을 오가던 물고기의 이동을 막았다. 자연히 어민들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산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해 댐이 건설됐지만 산업용수로 사용되지 못했다. 반면, 댐 건립에 사용된 돈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높은 세금을 내야 했다. 댐 건설에 총 17억 달러가 사용됐다. 그렇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댐 건설 이전으로 되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2010년 나가라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 중심으로 나가라 강 댐 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일본 나가라 강 살리기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과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여주 이포보를 찾은 토요미 씨는 "댐 건립 이후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소 중 하나인 나가라 강을 잃어버렸다"며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여주 이포보. ⓒ프레시안(허환주)
"이것이 자연친화적인 사업인가"

일본 나가라 강에서도 알 수 있듯 4대강 사업에서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은 환경 파괴였다. 보(洑)가 물을 흐르지 못하게 만들어 물이 썩기 때문이다. 실제 환경단체에서는 이포보가 만들어진 이후, 근처 수칠은 악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물이 탁해진 게 보일 정도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4대강 사업 이후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실제 4대강 사업 전에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는 단 6개월 만에 진행돼 부실 평가라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 사업 계획을 세우거나 시행할 때 미리 그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검토하는 걸 일컫는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실시하는 거다. 이러한 평가 기간이 짧았다는 건 그만큼 평가가 부실했다는 걸 방증한다.

실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도 지난 5월,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조사업체가 환경평가를 중복으로 수주하는 바람에 현지 조사 일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것.

이항진 4대강복원범대위상황실장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물이 맑아지고 사라졌던 새들이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고 정부는 홍보했다"며 "하지만 보다시피 강물은 혼탁해졌고, 그나마 있던 새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게다가 이포보가 설치된 뒤엔 녹지도, 모래톱도, 심지어 습지도 모두 사라졌다"며 "지금은 모두 인공으로 만들어놓았다. 이게 자연친화적인 사업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실장은 "자연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건데, 인간은 그걸 자꾸 고의로 변경시킨다"며 "그 결과는 우리 후손이 어떤 형태로든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까 히로시 ICOOP협동조합연구소 협동연구원도 "댐이 설치된 뒤 물이 탁해지고 갈대밭 등 습지가 사라지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일어났다"며 "이러한 환경 파괴의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포보 인근 지천. 준설토 때문에 지천의 벽면이 내려앉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한 번 미친 짓을 하니 계속 미친 짓을 해야 한다"

환경도 문제지만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주변 시설물도 문제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보수,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항진 실장은 "한 번 미친 짓을 하니 계속 미친 짓을 해야 한다"며 "강 주변에 마련된 위락시설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정을 쏟아부어야 유지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인근에 있는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주변 시설이 특히 그렇다. 여주의 상징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곡선 형태로 지어져 디자인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만큼 돈도 16개 보 중 가장 많이 사용했다.

보 주변도 여러모로 신경썼다. 수변 생태공원, 수중광장 같은 친수공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강변 옆으로는 구불구불한 자전거 도로가 강을 따라 이어져 있다. 오토캠핑장도 만들었다. 한 마디로 모든 위락시설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서울 근교에 자리한 이점을 최대 활용해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이러한 기반 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시설을 마련했지만, 정작 관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4대강 사업 이후 유지 관리비로 전국적으로 매년 6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 4000억 원은 제외한 비용이다.

정부에선 이 비용을 각 지자체에 넘기려 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선 재정 부족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규모가 워낙 크기에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이포보 주변은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에 잠기는 곳"이라며 "올해 비가 많이 내리면 위락시설들은 물에 잠겨 유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렇게 되면 그것을 또 설치하고 정비하는 작업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 것"이라며 "투자한 돈 대비 그만큼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 초록 그물망에 쌓여 있는 준설토. 흡사 산처럼 보인다. ⓒ프레시안(허환주)

"쌓인 준설토, 100년은 쓸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그간 누차 이야기해왔던 준설토로 관리·유지비를 충당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천문학적인 양의 준설토가 4대강 사업으로 생산됐기에 이마저도 어렵다. 이 실장은 "이포보 주변 곳곳마다 20~30미터 높이의 준설토가 쌓여 있다"며 "문제는 아무도 이것을 사갈 건설사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여기에 쌓인 준설토를 다 쓰려면 100년 동안 이 지역에서 건설 사업을 해야 한다"며 "그러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대통령인 듯싶다"고 비꼬았다.

엄청난 양의 준설토를 한꺼번에 생산해내다 보니 그 수요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지천에서 지속해서 모래가 4대강 사업 구간, 즉 본류로 흘러간다는 점도 문제다. 본류로 흐르는 지천의 경우, 준설토로 본류의 깊이가 더 깊어졌으니 자연히 물살을 따라 지천의 모래가 이전보다 더 많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지천 벽면이 무너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 실장은 "여주 이포보 지역 인근 지천 열 곳 중 한 곳만 빼고 나머진 다 벽면이 무너졌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선 지천 벽면에 그물망을 씌우는 작업이 한창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우리가 강 정비 사업을 하려면 지천부터 해야 한다고 했던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결국, 또다시 지천 정비 사업을 해야 하는 판국"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는 지천 정비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천 사업엔 약 15조 원이 소요된다. 환경단체는 이 중 절반이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고 파악한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사업이 계속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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