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가 개조 프로젝트'였던 4대강 사업, 그리고 7년. 그동안 아픈 눈으로 강과 강 주변의 변화를 지켜보았고, 그 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으며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지율 스님과 예술가들이 '4대강 기록관'을 지으려 합니다. 기록관은 모래강 내성천의 개발을 막기 위해 내성천의 친구들이 한평사기로 마련한 내성천 하류, 낙동강과 인접한 회룡포 강변 대지 위에 세워지게 됩니다.
이 연재는 기록관 짓기에 함께할 여러분을 초대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
- 백무산
늦은 밤 서울역 앞 지하도에서 나는 보았다
아니 용산역이나 동대문에서도 보았다
어두운 밤 불빛 없는 공원에서도 보았다
쿨렁쿨렁 울먹이며 기력이 다한 강을
바퀴자국에 시커멓게 찢겨진 강을
시멘트 담벼락 아래 노숙하는 강을
저도 한때는 푸른 들을 가꾸던 물결이었다
햇살 아래 어린 생명들 품고 메마른 땅을
가로질러 내달리던 눈부신 강이었다
수만 리 먼 곳에서 새들 찾아들던 약속의 강이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강 하나 흘러 우리 안에 살아온 이유는
우리가 물에서 나서 물을 잊지 않는 약속이었다
강은 생명의 약속이며
그 생명 받은 우리들 언약의 말은
우리 안에 새겨져 흘러가는 강이었다
그래서 우리 안에도 살아있는 강이 있음을 발견한다
고요한 밤에 귀 기울이면 물소리 들리고
따듯한 봄날엔 새들 날아와 지저귀었다
눈을 감으면 영원에 닿는 물의 파동이 일었다
그러므로 자르고 뒤집은 것은 물길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가두고 난도질 한 것은 물길에서
물길로 이어져 온 생명의 약속이었다
나는 도시의 불 꺼진 뒷골목에서 그들을 보았다
길을 잃고 쓰러져 잠든 누더기 강을
그 이름은 낙동강이며 영산강이며 남한강이며....
얼굴이 지워진 수많은 강과 내
대지서 쫓겨난 불구의 강이었다
저 검은 울음같은 강이 우리들 가슴에 흘러든다
저 토사물같은 강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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