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측근, 대기업이 얽힌 더러운 비리들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여야가 몇 년 동안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방임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혐오와 차별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서민들을 위한 오바마 케어 정책을 중단하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의 정책 공약을 내세우고 말이다. 그는 수십 개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금수저다. 선거 이후 몇몇 미국인들은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작동 불능 민주주의
트럼프는 클린턴보다 낮은 득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로 인해 당선되었다. 그러자 한 미국 시민이 'Not my president'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같은 피켓을 박근혜 씨에게도 내밀고 싶다.
새누리당 김무성은 본인 입으로 "새누리당 의원들 중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들에게 박근혜와 최순실의 결탁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에게 탈당을 요구한다. 얼마나 뻔뻔한가. 본인은, 새누리당은 마치 아무 관련이 없는 듯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본인 말처럼 새누리당이 이미 알고 있는데도 내버려 뒀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야당도 이런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후보 시절 당시 이미 문제 제기 받은 사항에 대해 야당 의원이라고 몰랐을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하야하고 거대 정당들만 참여한 거국중립내각이 이루어져도 비리와 부패가 청산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비선 실세를 하고 다른 사람은 기득권을 잡을 것이다. 국가안보와 경제를 운운하며 해온 모든 것이 결국 쇼이며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정계, 재계, 사법부, 언론…. 박근혜 한 명 하야한다고 해서 변하기에는 너무나 견고한 결탁이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의 새 판을 짜야 한다.
누가 대한민국을 다스리는가?
어쩌면 최순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내 태블릿 피시만 잘 관리했다면…." 이라고 말이다.
"얼굴색을 감추며 꼬리 자르기를 하는 정치인들이나 기득권층은 나보다 더 꼼꼼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던 걸까. 적당히 할 걸"이라며 말이다.실제로 나라 공직을 맡으면서 한 몫 단단히 챙기는 사람은 그간 자주 볼 수 있지 않았는가. 뇌물을 주고 정치적 대가를 받아온 대기업은 지금까지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은가. 박근혜 게이트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와 사건에 연류된 집단의 처벌뿐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쳐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첫 선거는 2002년 대선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엄마가 물었다. "지예야, 누구 뽑을까?" 나는 단박에 "노무현 아저씨"라고 말했다. 이유는 "착해 보여서"였다. 엄마가 어디에 투표하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말한 아저씨가 뽑혔다는 것에 기뻐했던 것은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2010년 지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지지한 정당이나 후보의 선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는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나라의 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누가 결정 권한을 가졌는가. 누가 정치권력을 갖는가. 바로 소수의 기득권층이다.
정치권력을 시민에게로
소수의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껍데기 민주주의로는 시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주주의 작동을 불능으로 만드는 잘못된 정치판부터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엘리트에 권력을 위임한다는 뜻이 아니라 민중이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소수가 가지고 있는 정치권력을 해체하고 시민에게 돌려놓아야 한다.
권력을 해체하자
비례민주주의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먼저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정당이 얻은 득표수만큼 그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현재 대통령에게 과하게 몰려있는 권력도 분산시켜야 한다. 일단 당선만 되면 왕이 되어 버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줄여야 한다.
시민윤리위원회를 열자
지난해 조한혜정 선생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선망국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대기업, 정치인, 검찰, 언론 심지어 대통령까지 불법에 가담한 것을 생생히 보고 있다. 눈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폭발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제 더 이상의 국가 멜트다운을 막기 위해 지식인, 정치인, 일반 시민 할 것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야말로 정치권력을 어떻게 해체하여, 시민에게 돌려놓을지 논의하는 시민 정치윤리위원회와 대국민 토론이 열려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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