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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기어이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 끌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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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기어이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 끌어들이다 한일 군사정보협정 공식 체결…"중국을 향한 두번째 칼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협정')이 '밀실 추진 논란' 속에 결국 공식 체결됐다.

23일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을 대표해 협정에 서명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협정 서명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을 거치지 않고 2급 이하의 군사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협정에는 정보의 제공 방법과 보호 원칙, 파기 방법, 분실 대책 등이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협정문은 지난 2012년 '밀실 추진 논란'으로 서명 직전에 무산됐던 협정문과 유사하다.

국방부는 이번 협정 체결을 통해 대북 감시 능력과 정보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관련 정보를 포함해 보다 양질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정보를 주고 받는 데에도 형평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를 한국에 넘길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본이 한국에 비해 군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산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양질의 정보 획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이미 인공위성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또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탐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한국이 일본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SLBM이 과연 남쪽을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지금 협정을 서둘러야 할 만큼 SLBM 위협이 시급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북한의 SLBM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일본의 수상 함정이나 잠수함의 음파탐지기나 해상초계기(P-3)가 우리의 해상작전구역이나 항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와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일본으로부터 북한 잠수함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 자위대 군함과 잠수함, 항공기가 우리의 바다와 하늘을 활보하도록 용인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일본 측의 반대를 이유로 계획됐던 언론의 사진 촬영을 거부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국방부의 잇따른 비공개 행보에, 사실상 지난 2012년 밀실 추진을 재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2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을 대표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했다. ⓒ국방부

국정 동력 상실한 박근혜 정부…미국 때문에 서둘렀다

국정 동력을 상실한 박근혜 정부의 '속전속결'식 행태를 두고 한미일 3국의 군사네트워크를 공고히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이를 통해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번 협정 체결을 통해 서로 주고 받은 비밀을 보호하고 책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법적‧행정적인 절차를 마련했다. 군사 비밀들이 오갈 수 있는 일종의 통로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한국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해 32개 국가와 33건의 군사정보호호협정 또는 약정을 맺고 있는 상태다. 일본과 모든 군사 관계를 단절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군사 교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국가들과 체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협정의 필요성은 일정 부분 존재한다.

하지만 협정의 필요성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동북아에서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협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외교‧통일‧안보에 대한 포괄적인 고려는커녕, 여론에 대한 설득 작업도 없이 협정 체결 재개 방침을 발표한 지 27일 만에 실제 체결을 감행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에 협정 당사국인 일본에서도 박근혜 정부 때 맺은 협정이 향후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23일 "박근혜 정권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어서 일본과 실효성 있는 정보 공유가 가능할지가 앞으로 초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면서 야당이 협정 체결 문제에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인데, 한국의 정국 변화와 함께 협정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는 대목이다.

일본마저도 협정의 앞날을 걱정하는 상황임에도 박근혜 정부가 서둘러 협정을 체결한 이유는 결국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동엽 교수는 "중국의 확대와 미국의 약화 속에 미국을 대신해 동북아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담당할 일본의 자위대를 보통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인정이 필요하다"며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한 지역 MD 체제에서 행동대원 역할을 수행할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정리를 선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협정은 단순히 정보 소통의 통로만이 아니라, 양국 간 군사 교류 협력이 보다 확대되고 강화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며 "이미 2015년 미일 신(新)안보 가이드라인에 있는 집단자위권을 통해 일본은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근거를 만들어뒀다. 협정은 이를 염두에 두고 거추장스러운 법적 족쇄를 제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일본군 '위안부' 합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결국 한 몸통"이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단순한 정보 교류의 차원을 넘어 MD 체계의 편입과 군사네트워크 형성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의 다음 정권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현 정권 안에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욕심이 생겼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이 사실상 한미일 3국의 군사 네트워크 강화를 따라가면서 중국과 관계는 더욱 불편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중국은 사드의 배치 결정을 보면서 한미 동맹이 중국을 상대로 들이댄 첫 번째 칼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협정은 사드에 이은 두 번째 칼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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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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