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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사라지고 '노동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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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사라지고 '노동자' 등장한다 '노동권' 등 기본권 확대…외국인은 '사회권' 제외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는 국가가 '고용 안정' 정책을 시행할 의무가 신설된다. 성별, 장애 등으로 받는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도 부여한다. 일부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도 도입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가운데 헌법 전문, 기본권, 국민주권 분야에 대해서 발표했다. 청와대는 오는 21일에는 지방 분권에 관한 개헌안을, 22일에는 정부 형태 등 헌법 기관의 권한에 대한 개헌안을 발표한다.

근로자 → 노동자로 바꾸고, 노동권 강화

기본권 가운데는 '노동권'을 가장 많이 보완했다. 먼저 일제와 군사 독재 시대에 썼던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로 고쳤다. 국가에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지급 노력 의무, '고용 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 정책을 시행할 의무를 부여했다.

'노동3권'도 강화했다. 현행 헌법은 파업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제한하는데, 파업의 근거에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임금 인상 파업은 합법이지만, 노동자의 생존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리 해고 반대' 파업은 판례에 따라 불법화되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의 범위를 일정 정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단서를 달긴 했지만, 임금·단체협약 외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파업도 합법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리 해고 반대' 파업,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등 노동자의 권익과 직결된 사회적 파업도 합법이 된다.

공무원의 노동3권도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할 수 있다"고 개선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헌법에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 근거 마련

기본권으로는 '알권리'와 '자기 정보 통제권' 등 '정보 기본권',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 국민 건강권 등을 신설했다. 군인 인권 보장 조항,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 보호에 대한 국가 정책 수립' 조항도 신설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묻지 마 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생명권'과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신설한 점이 눈에 띈다. 단, 생명권의 개념에는 '사형제 폐지'와 '임신중절권' 등의 논쟁이 포함될 수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생명권을 헌법에 포함했다고 자동적으로 낙태가 위헌이거나 합헌이 아니"라며 "태아 생명 보호를 어느 범위에서 어떻게 할지는 향후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성별, 장애 등으로 받은 차별을 시정하고, 실질적으로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Affirmative Action)' 근거를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기본권 주체 '사람'으로 일부 확대…사회권은 외국인 제외

외국인이나 난민 등도 '자유권'과 같은 기본권 일부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인간의 존엄성·종교의 자유·양심의 자유·평등권·행복 추구권 등 국가의 세금이 들지 않는 분야에서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 등 사회권·사회 보장권에서는 기본권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이는 외국인에게 권리 일부를 여전히 배제하는 것이어서 논란으로 남을 전망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사회 보장, 사회권과 같이 국가가 돈을 써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경우는 '국민이 아닌 경우'에는 곤란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단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법률에 의해 외국인의 권익을 보호할 장치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검찰 영장 청구권 삭제

국민 주권 강화 방안으로는 '국민 발안제'와 '국민 소환제'를 신설해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민 소환제'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했고, '국민 발안제'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지만 당시 정부와 국회는 아무 답변도 안 했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 조항'은 삭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헌법에 '영장 청구 주체' 규정을 두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국 민정수석은 "헌법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권을 삭제해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합헌"이라며 "영장 청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지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부마 항쟁과 6.10 항쟁의 민주 이념을 명시하기로 했다. 이 사건들이 현행 헌법에 계승하겠다고 명시한 4.19 혁명 이념과 더불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법적 제도적 공인이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촛불 시민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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