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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포럼'이 대한민국을 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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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포럼'이 대한민국을 개조하고 있다" 홍기빈, <참여사회연구소> 심포지엄에서 문제제기
"산하 기관장을 독식해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관료와 '법조계 삼성' 김앤장, 그 핵심에 놓여있는 '이헌재 사단'. 우리 사회의 극소수 경제관료들이 이른바 '회전문'을 통해 민간과 정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보다 더 큰 '실세'가 있으니, 바로 '서울파이낸셜포럼(SFF)'이다. 서울파이낸셜포럼(회장 김기환 골드만삭스 고문)은 민·관·학을 막론한 금융계 인사 50~60명으로 구성된 비영리 포럼이다. 이 포럼은 2003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10대 아젠다 중 하나인 '동북아 경제허브론'을 '동북아 금융허브론'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물류파와의 장렬한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의 존재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이들이 주창한 금융허브론은 노무현 정부 들어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 금융허브론은 하나의 경제정책이나 대외정책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를 관통하는 사실상의 '포괄적인 국가 개조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이런 식으로 개조해도 괜찮다'는 어떠한 위임이나 계시도 받은 바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극소수의 금융 엘리트와 관료들이 '조용히' 그러나 '체계적으로' 움직여 가는 사회, 이런 사회를 과연 민주주의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오후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이병천 강원대 교수) 주최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세계화 시대, 관료독주와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발표를 했다.
▲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이병천)가 주최하고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사회를 봤다. 왼쪽부터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홍윤기 동국대 교수,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 FTA 저지 사업본부장. ⓒ프레시안

2003년 '금융파'의 전면 부상, 그리고 5년 후 지금

홍 연구위원은 이날 '금융 엘리트의 독주?: 금융허브 계획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대한민국이 지금 금융허브라는 하나의 단일한 국가상을 향해 개조되는 과정에 놓여 있으며, 이를 기획하고 지휘한 세력이 바로 서울파이낸셜포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파이낸셜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기환 회장은 상공부 차관과 남북경제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고, 1997년 말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한 재협상단의 전권대사를 맡은 바 있다. 김 회장은 당시 IMF와의 재협상에서 IMF가 제시한 악명 높은 구제금융 패키지에 '노동자 대규모 정리해고안'을 끼워 넣은 장본인이다.

서울파이낸셜포럼에는 민관학의 핵심 금융인들이 다수 참여 또는 관여하고 있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도미닉 바톤 맥킨지 아시아 지사장, 스테판 제임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 은행장, 장하성 고려대 학장, 양수길 전 OECD 대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홍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파이낸셜포럼은 김기환 회장을 주축으로 '금융허브론'을 마련했고, 이것이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침투된 시기가 바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3년 1월이었다. 실제로 이 시기는 김기환 회장이 노 대통령에게 금융허브론을 '금융입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운영 기획으로 적극적으로 '세일즈'한 시기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 "금융입국만이 한국이 살길" , "한국이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9가지 장점" )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한미 FTA 체결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현재 금산 분리 철폐와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 각각의 도입(주장) 배경과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모두 금융허브라는 하나의 상위목표를 향해 수렴되고 있다.

금융허브 정책은 지금 '정치' 문제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국내외 투기자본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최첨단 투기판'(금융허브의 다른 이름)으로 만들고 있는 경제관료를 고발했다. 그런데 이들의 대표 격인 한덕수 총리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금융허브 정책을 수행하는 대행자(agent)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홍기빈 연구위원이 보기에, 금융허브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적실한지를 따져보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공론장에서의 토론'이라는 민주적인 장치를 철저히 비껴간 채 진행됐다는 점이다.

홍 연구위원은 "금융허브는 지금 '경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경제 정책에 관한한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관료 세력이 민주적 절차와 공론장에서의 토론이라는 장치를 완전히 우회해 얼마만큼 큰 전제 권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정치문제'요,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음모론?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른 토론자들은 홍기빈 연구위원의 이같은 발표 내용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여러모로 봤을 때 '음모론'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는 "금융허브 계획은 (노무현)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공언하고 추진한 것이지 국민들 모르게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것을 김기환 회장만의 문제라고 하면 대통령의 책임은 사라지고 사적 집단의 책임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은 "금융허브론은 분명 노무현 정부가 정식으로 채택한 정책이지, '그림자 정부'가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 이런 금융 정책을 제기하고 수행했을 리 없고, 이 정책이 정부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서울파이낸셜포럼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 금융 엘리트와 금융 관료 간의) 컨센서스, 국민들이 한 번도 토론해 보지 않은 컨센서스가 작동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 FTA 저지 사업 본부장은 "홍기빈 위원이 국민들의 토론 여부를 지적했는데, 문제는 '무엇을 가지고 토론을 할 것이냐'"라면서 "당장 대안적인 금융상을 만들지 않은 한, 대안 없는 반대만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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