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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한일 군사협정에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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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은 왜 한일 군사협정에 집착하나? [정욱식의 '오, 평화'] MB와 MD,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1>
추상적이고 모호한 언어로 포장된 국가 간 공개 문서에서 그 본질과 의도를 정확히 포착해내기란 쉽지 않다. 대개 정부는 성과와 국익을 포장하기에 바쁘고, 대다수 언론과 국회도 그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에 소홀하다.

반면 '외교안보 정책에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잘못된 정책 결정은 국가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기 마련이다. '비밀주의'에 갇혀 있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절실한 까닭이다.

6월 14일 나온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2+2 회담) 공동선언의 핵심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겨냥한 사실상의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이다. 그 핵심적인 고리가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에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해석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자 관계를 추적해보고, 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며, 무엇보다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 전문들을 분석해보면, 진실은 여기에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차례에 걸쳐 그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필자 주>


6월 18일자 <동아일보>에는 주목할 만한, 그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기사가 나왔다. "미국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교착상태에 놓인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2+2 회담에서 한일 간 GSOMIA를 조기에 체결했으면 하는 뜻을 우리 측에 밝혔"고,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국제안보의 중심축을 동북아로 옮기면서 한일 간 공조를 크게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GSOMIA의 경우 국민 정서상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사실상의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구축 차원에서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주문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뼛속까지 친미·친일"(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씨의 말임) 성향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정치적 기회'로 간주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면서 한일 군사협정의 '군사적 필요'는 더욱 절실해졌다.

MB 정부 역시 이러한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임기 첫해인 2008년 9월에 미국과의 공동 MD 기구를 만들고 한-미-일 국방회담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2010년 한일 군사협정 체결 방침을 밝힌 데 이어 2012년 5월에는 김관진 국방장관을 일본으로 보내 군사협정 체결을 마무리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국내 여론과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김 장관의 방일은 취소되었다. 미국이 2+2 회담에서 한국측을 압박한 데에는 이러한 MB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MB 정부 임기 내에 한일 군사협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본의 지대공 미사일 요격 무기 패트리어트 PAC-3. ⓒ로이터=연합뉴스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한-미-일 MD에 필수

그렇다면 미국은 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에 집착하는 것일까? "(한일) 두 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군사비밀보호협정은 (한-미-일) 3자 미사일방어(MD) 협력을 위한 조치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와이의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제프리 호넝 교수가 일본의 영자지 <재팬타임스> 6월 18일자 기고를 통해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한-미-일 MD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에드워드 라이스 주일미군 사령관의 발언에 잘 나타난다. 2009년 7월 16~17일 도쿄에서 열린 차관보급 한-미-일 3자 국방회담(U.S.-Japan-ROK Defense Trilateral Talks)에서 라이스 사령관은 "정보 공유가 미-일, 미-한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MD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유된 지식과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중요한 장점들과 함께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은 주일 미국대사관이 3자간의 정보 협력은 "다른 분야에서의 효과적인 협력을 위한 선도적 조치(precursor)"라고 평가한 것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은 애초부터 한-미-일 군사협력의 맥락에서 추진되어온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협정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일 군사협정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의 핵심을 MD로 간주해온 것은 핵심 관계자들의 공개된 발언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정책 담당 부차관보인 브래들리 로버츠는 2012년 3월 12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은 일본·호주 및 일본·한국과 3자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MD는 이들 대화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다. 이러한 3자 대화는 국제적인 MD 협력을 확대하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며 동맹국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3월 하순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매들린 크리던 국방부 글로벌 전략담당 차관보도 '유럽 MD'와 흡사한 지역 MD 시스템을 아시아와 중동에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는 한-미-일과 미-일본-호주 두 축으로 3자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9월에도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한-미-일이 MD를 함께 하면, "정치적으로는" 적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3자간 정책 협의가 가능해지고, "운용상으로는" MD 시스템 공유를 통해 작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재정적으로는" 중복투자를 줄여 비용 절감형 MD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북 도발, 일본이나 괌까지", 한국 "동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회담 결과를 담은 주일 미국대사관 외교전문에는 이러한 내용도 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마이클 쉬퍼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향후 도발은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괌을 겨냥할 수 있다"며, 3자 대화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상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쉬퍼의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한국을 겨냥한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때다 싶었던 미 태평양사령부 전략기획(J-5) 참모장 랜돌프 알레스 중장은 2009년 12월 9일 하와이 인근에서 예정된 MD 실험에 한일 정부가 참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김 실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대화 내용이 중차대한 이유는 MB 정부 출범 이후 한미 MD 대화 및 협력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쉬퍼 부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범위가 일본이나 괌까지 확대될 수 있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반도를 벗어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도 한-미-일이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주일미군과 태평양 사령부도 북한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한국도 '지역 MD'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국-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하와이와 괌'은 사실상 단일 전장권이라는 논리이다. 그리고 김상기 정책실장도 이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양측의 인식 공유는 한미 MD 협력 범위가 오키나와 및 괌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신동아>(2011년 6월호)가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고 보도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2010년 7월 초에 한미 양국 해군의 합동 MD 훈련이 실시되었는데, 이는 알레스 중장이 말한 미국 MD 실험에 한국군의 참관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MD 협력이 이뤄져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괄적 연합 MD?

이러한 한미, 혹은 한미일 간의 MD 대화는 '포괄적인 연합 방어'로 귀결되고 있다. 6월 14일 발표된 '2+2 회담 공동선언'에는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여, 양측 장관들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comprehensive and combined defenses)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는 "한국과 미국은 사거리가 한반도 내에 국한하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MD)를 통합해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한미, 한반도 MD 통합운용체계 구축'이라는 용어 표현은 혼동을 줄 수 있다"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미국의 MD체계'와는 분명히 다른 별개의 체계이고, 이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2+2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은 "한반도내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KAMD를 강화하기 위해 북 미사일에 대한 탐지, 식별단계에서 미국의 정보지원 및 관련 정보 공유를 효과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 정도라는 것이다.

국방부를 비롯한 MB 정부가 미국 MD에의 편입, 혹은 참여를 한사코 부인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MB 정부는 은밀히 미국 주도의 MD에 편입되는 길을 선택해왔다. '2+2 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연합(combined)"라는 표현은 사실상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MD 능력을 일체화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포괄적(comprehensive)"는 일본을 포함한 '지역 MD' 구축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신동아>(2008년 3월호)가 보도한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관계자의 아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이름을 반드시 MD라고 붙일 필요도 없고, 명시적으로 참여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작은 MD'건, '포괄적 MD'건 간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사일 방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협조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자체적인 대비책'이라는 명분을 세우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마찬가지다."

*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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