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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북정책 변화 없다? 심각한 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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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바마 대북정책 변화 없다? 심각한 오도" [인터뷰] 워싱턴 다녀온 백학순 세종硏 수석연구위원
버락 오바마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후 차기 미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탐색하기 위한 '워싱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미국에서 자신들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와서는 그게 전부인 양 과장·왜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가 보지도 않은 채 오바마가 선거운동 당시 내놨던 정책의 편린 중 자기 주장에 유리한 것만 뽑아 엮어 내는 모습도 나타난다.

그런 태도는 주로 보수 성향의 인사들에서 자주 눈에 띈다. 그들의 주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북핵 정책은 부시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골자다.

"오바마 인수팀 '입조심' 때문에 제한적 정보만 얻어"

그러나 지난주 워싱턴에 다녀온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러한 분석과 전망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놨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북핵 문제는 (최)고위급의 직접 회담을 통해 일괄타결하는 정책으로 분명 바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시와 변함없다'고 주장하는 건 심각한 오도이며 왜곡이라는 것이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정책기조와 접근방법에서의 대전환은 이야기하지 않고 오바마 정부가 실제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새로운 공간과 돌파구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부시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전달"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백학순 위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FTA 비준과 관련해서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될 것은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고 워싱턴 분위기를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 및 FTA에 대한 부정확한 전망이 가져올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데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남북관계가 무너지고 있어도 '굳건한 한미동맹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그 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 위원은 그같은 정보 왜곡이 이명박 정부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보수 인사들은 왜 그런 오판을 하고 있을까? 그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북한이 '21세기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협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 상태. 다른 하나는 오바마 인수팀의 '입조심' 때문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방문단의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지시 받아 정책 전망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얻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백 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내년 여름까지 북미 고위급 접촉과 협상을 통해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 내년 가을쯤에 정상회담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백 위원은 북한정치, 남북관계 전문가이자, 북핵문제 등 북미관계에 정통한 전문가이다. 최근까지 민간차원의 한미 간 대화채널인 '서울-워싱턴포럼'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다음은 25일 백학순 위원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사실상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오른쪽). 국무부 정권인수를 담당하고 있는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분신'이고, 올브라이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부인 힐러리의 추천으로 국무장관을 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구성이다. ⓒ로이터=뉴시스
"미 의회의 현행 한미 FTA 비준은 난망"

프레시안 : 지난주에 워싱턴에 다녀오셨는데,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많은 한국 정부와 정책커뮤니티 사람들이 워싱턴에 가고 있고, 그 결과가 국내 언론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은 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핵정책이 실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 워싱턴에서 현지시간으로 지지난 주말인 14~15일에 G20 정상회의가 있었고, 그 직후인 지난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대표단과 세종연구소를 포함해서 한국의 여러 정책연구팀들이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주에도 워싱턴에 가는 팀이 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싱턴을 방문한 분들이 오바마 정부의 향후 한반도정책 전망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제가 생각하기로는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어떤 부분이 맞고, 어떤 부분이 틀리죠?

백학순 : 한미동맹이 오바마 정부 한반도정책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며,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을 포함한 한반도정책에 있어서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전달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북정책과 대북핵정책 그 자체,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전망에 있어서는 정확하지 않는 부분이 많고, 또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왜곡된 부분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핵정책의 전망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기 전에 한미 FTA에 대해 간단히 한 말씀드리면, FTA 비준은 오바마 당선자 자신과 민주당의 다수인 하원의 낸시 펠로시 의장이 이미 반복적으로 얘기한 것이지만, 부시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서명한 FTA는 현재의 내용으로는 미 의회에서 비준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위기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한미 FTA는 자동차 수출입 관련 조항이 미국 측에 불리하다고 보는 오바마 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재협상이 될지, 수정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정부에 대해 FTA 비준과 관련해서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될 것은 거의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음 대북정책 얘기로 넘어가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대북핵정책이고, 오바마 캠페인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우선 무엇보다도 '오바마 정부의 북핵정책은 기조와 접근방법에서 포용정책과 패키지딜(일괄타결)의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보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분들이 많은 경우 이점을 강조하지 않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고, '북핵문제 해결 협상'에 있어서 '오바마 정부가 실제 직면하게 될 문제는 부시 정부가 겪었던 문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이러한 해석과 전달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북핵문제의 해결 과정은 객관적으로 봐서 원래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더구나 부시 정부 임기 내에 10.3합의에서 약속한 제2단계 행동조치들을 가능한 한 많이 완결한다 해도, 오바마가 취임한 다음에는 북한이 신고한 핵 프로그램을 검증합의서에 따라 검증을 시작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자체의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소위 '제3단계 행동조치' 합의라는 대단히 어려운 협상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사실상 제3단계 행동조치 합의 협상은 부시 정부가 이룩한 제1, 2단계 행동조치 합의보다 더 어려운 협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분들이 향후 오바마 정부가 겪게 될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과정만을 강조하면서, 오바마 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크게 주고받기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기조와 접근방법에서의 대전환은 이야기하지 않고, 오바마 정부가 실제 협상과정에서 특별한 새로운 공간과 돌파구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부시 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핵정책 전망에 대한 정확한 전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많은 분들이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하면서, 핵무기실험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조약(CTBT)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조하는 입장이고, 더구나 '해결책이 이미 합의되어 있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록 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 달리 북핵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대북정책 기조, '적극적인 포용정책'으로 대전환"

프레시안 : 그렇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어찌 보면 국민들을 오도하는 관찰과 판단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뭐죠?

백학순 :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도 분명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관찰하고 그렇게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거기에 나름대로 두 가지 정도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많은 분들이 그동안 북한의 핵 관련 행위를 보면서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보았고, 특히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북핵문제 해결'이 목적인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도 북한이 실제는 핵을 포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기급 플루토늄 양을 4배나 늘리고 핵실험까지 하면서 실질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된 것을 보면서 북한을 더욱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분들이 북한이 보여준 핵관련 행동은 부시 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하면서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 즉 정권교체(regime change)와 체제붕괴의 대상으로 삼고 6자회담 참여국들과 공동으로 압력과 제재를 가한 데 대한 북한의 반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점이 크다는 면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악의 축'으로 상징되는 부시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북미간의 대결구조와 불신을 어떻게 심화시키고 그것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지도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이 없어요.

우리가 핵협상을 통해서 미국의 핵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핵을 없애려고 하고 있으며, 북핵문제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인데도 말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북한과 주고 받기를 통해서 북한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손익을 계산하여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함으로써 해결될 수밖에 없는 성격의 것인데도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북한이 소련 붕괴 후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미국과 6.25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평화협정 맺고 관계정상화를 함으로써 21세기에 있어서 '생존과 번영'을 확보할 수 있는 대외생존의 틀을 짜려는 이익을 갖고 있었고, 그러한 국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제1차 북핵 위기를 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와 제2차 북핵 위기를 해결한 9.19공동성명에 그대로 반복적으로, 일관성있게 반영되어 나타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러한 북한의 '21세기 생존과 번영의 전략'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핵관련 행위를 바라보게 되면, 북한지도부가 부시 정부가 전세계를 동원하여 북한을 정권교체하고 체제붕괴시키려는 정책에 대해 북한이 생사를 걸고 반발하면서 보인 행위들이 모두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비협조적, 파괴적 행위로만 보이게 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북한이 앞으로도 그런 행위를 계속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지요.

결국 부시 정부는 북한이 자신의 이익,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북핵문제 해결에 협조하고 나올 수 있는 매력적인 인센티브와 기회를 주지 않고 그 반대로 압력과 제재만을 가함으로써 북한을 핵무기 능력을 증대시키고 급기야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된 '괴물'을 만들고 말았지요. 부시 정부의 네오콘과 강경파들이 '악의 축'에 발언 이후에 북한이 보인 소위 '비협조적 행위'를 근거로 북한에 대해 갖게 된 부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네오콘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의 이미지이며, 이를 근거로 북한에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협력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대결로만 나아가는 것은 결국 대북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것이 되어, 결국 자신들이 만든 괴물에 자신들이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격이지요.

그것이 부시정부 초기 5-6년간의 대북핵정책의 성격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희생양이 되었고, 아직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요새 워싱턴 상황을 보면, 오바마 인수팀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하고 있는 인사들의 경우에, 오바마의 정책과 관련해서 말조심을 하면서 오히려 방문단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공식적으로 회합하는 자리에서는 특히 그러한 지시가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오바마 인수팀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하고 있는 인사들로부터 오바마의 정책 전망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물론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신 경우가 있겠지만, 공식적인 회합 외에 한반도 정책을 담당하는 오바마 인수팀의 일부 인사를 비공식적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할까요.

"오바마 인수팀, '이명박 대북정책 이해하기 힘들다' 평가"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의 정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 것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과 그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후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클린턴 정부의 정책으로 돌아간 것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오바마 정부가 바로 지난 2년 간 지속된 이러한 포용정책을 계승한다는 뜻이 들어있지 않을까요? 부시가 이미 바뀌었으니 오바마가 바뀔 게 없다는...
▲ 해외 순방 중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보수 논자들의 잘못된 정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입과 정책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연합뉴스

백학순 : 참 좋은 지적입니다.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2년 전부터 변화했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네오콘과 대북강경파들이 중요한 고비마다 힘을 씀으로써 예컨대 북한의 핵신고 범위와 내용,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그리고 최근 신고 핵시설 등에 대한 검증합의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죠. 이를 통해 북한은 부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결코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새로운 들어서는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의 북핵정책을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한 바탕 위에서 정반대로 적극적인 포용정책과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오바마 정부에 대해 희망을 갖고 협력적으로 나올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시 정부와 오바바 정부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위원장이 2000년 선거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8년간의 공화당 정부를 겪으면서, 이번에 미국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내심으로 큰 환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더구나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협력하면 적극적인 패키지딜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조속히 이뤄내면서 북한에 안전보장,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에너지 및 경제지원 등의 큰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Plan A)이 있고, 그러나 만일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그 행위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것(Plan B), 즉 6자회담도 중단시키고, 대북 협력정책을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해제된 제재들을 재부과하는 등 매우 엄격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북한이 Plan A를 받아들이도록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북핵문제 해결에 보다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죠.

부시 정부의 경우는 비록 2년 전부터는 정책이 변화하였지만, 그 전 6년간은 Plan A는 실질적으로 무시하고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하고 체제붕괴하려는 목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북한에게 압력과 제재를 가하는 Plan B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옵션이 달랐던 것이고, 부시 정부의 정책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죠.

프레시안 :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핵정책의 이해와 전망에 대해 정확하지 못한 내용을 전달하고, 또 만일 우리 정부와 정치사회, 정책커뮤니티가 그러한 부정확한 이해와 전망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결국 이는 이명박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른바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백학순 : 저도 그 점을 우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관찰과 전망에 대해 어느 한쪽의 말만 듣지 말고,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시의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소홀히 한다면, 당장 북핵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 등 한반도 관련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발언권이 작어지게 될 위험이 커지겠지요.

더구나 오바마 인수팀 사람들이 최근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오바마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뒤늦게 우리의 대북정책을 조정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대북정책을 화해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 국가의 품격에도 맞고 우리의 국익과 민족의 이익에도 합당한 것이 아니겠어요.

국무부 북핵 라인 = 클린턴 사단 = 대북 포용세력 = 햇볕정책 지지 세력

프레시안 : 큰 기조는 그렇고요.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결정과 협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될 기관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두 곳이 아닌가요? 미국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제임스 존스 전 나토사령관이 국가안보보좌관, 즉 NSC 수장으로 내정됐다고 하는데,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생각할 때, 앞으로 이 양 기관에서의 인적구성이 어떻게 될 것이며, 또 구성을 마칠 때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고 인적구성이 대북정책에 대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팀으로 이뤄질까요?

백학순 : 우선 인적구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양 기관의 수장 외에는 어떤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직위에 선발되어 임명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단지 클린턴 상원위원이 국무장관이 되는 경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그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이 입김이 크게 작용하리라 봅니다.

올브라이트 경우, 클린턴 정부 시절 힐러리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해서 국무장관직에 기용됐었고, 이번에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공화당 출신인 짐 리치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 소위 위원장과 함께 오바마 당선자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번 워싱턴 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각국의 정상들을 각각 만나기도 했죠.

웬디 셔먼은 오바마 당선자에 의해 국무부 공동 인수위원장에 임명되어 현재 실질적으로 국무부 인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오바마 당선자가 클린턴 상원의원을 포용하는 의미에서 국무부 인사에 대한 전권을 준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요. 그렇다면, 국무부의 경우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 패키지딜을 통해 제1차 북핵위기를 해결했던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대폭 임명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직 관료 출신들과 정책커뮤니티 인사들, 의회 보좌관 출신들이 NSC와 국무부의 중요 직위들에 임명되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서 북핵문제 해결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이행할 것입니다.

참, 여기서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김대중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북미 간에 조명록의 워싱턴 방문과 북미공동코뮈니케, 그리고 자신의 평양 방문이 가능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웬디 셔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무부의 경우 부장관, 차관들, 차관보급의 인사들이 선발되어 임용된다고 해도 상원에서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용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반면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NSC의 경우에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사가 상대적으로 조속히 마무리되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새로운 정책 검토와 정책입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경제위기 때문에 나라 전체가 위기감에 싸여 있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소위 '쉬는 시간' 없이 빠른 속도로 정책검토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여서, 국무부 인사에 대한 상원의 인준청문회도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상하 양원이 모두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회의 성공과 차기 선거에서 의원들의 재당선 여부는 오바마 정부의 성공에 달려있기 때문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내년 가을 쯤 기대"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오마바 당선자가 선거기간에 언급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언제 쯤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이것이 우리의 큰 관심사인데요.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백학순 : 북미 정상회담은 지금으로서는 그 시점을 추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에 확실한 주고받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NSC는 상대적으로 조속히 인사가 마무리되겠지만, 국무부의 경우 구태여 추측하자면, 동아태 차관보까지의 임명과 인준이 아무리 빨라도 3월 말경은 되어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보아도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라도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고 오바마 정부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따져 볼 때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해서 6개월 이내, 즉 내년 여름까지는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내년 여름까지 해서 북미 간의 고위급 접촉과 협상을 통해 정상회담의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된다면, 내년 가을쯤에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 장소로 평양을 생각하기 쉬운데,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회담장소를 미국 국내정치 상황의 영향 등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이유로 평양으로 하기가 어렵다면, 베이징이나 기타 3국도 고려해도 좋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회담장소가 아니라 양국사이에 정상들이 만나서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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