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무기한 정회" 시도하는 심상정 대표에 달려들어
중앙위 의사진행이 중단된 상태였던 이날 오후 11시30분경,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회의장 연단에 나타나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다. 속개 시기와 장소는 추후에 공지한다"고 말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천호선 대변인은 재개 일시와 방법은 대표단이 추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앞서 빚어진 폭력사태로 몸을 피했었고, 이로 인해 회의는 1시간30분 동안 개회 중 진행이 중지된 상태였다. 심 대표가 나타나기 직전 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 20명이 회의장으로 통하는 길을 막고, 별도의 10명은 의장석으로 통하는 회의장 출입구를 막으며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의장단의 입장을 막아 회의진행 자체를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심 공동대표는 다른 쪽 출입구를 통해 회의장에 들어왔다.
심 공동대표가 정회선언을 하는 짧은 순간에도 당권파 지지 성향으로 보이는 중앙위원과 참관인 등 당원들이 연단으로 몰려들었다. 앞서 9시40분경 심 공동대표가 강령개정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음을 선언하자 즉각 몇 명의 중앙위원들이 연단 위를 향해 뛰었고 대학생 당원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등 수십 명의 참관인이 회의장 뒤 참관인석으로부터 연단으로 질주, 연단을 점거히하며 폭력사태가 빚어졌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을 당해 탈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시민 공동대표도 몇 차례 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유 공동대표가 의장인 심 공동대표를 몸으로 감싸 보호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의를 제기한 강령개정안은 당권파 위원들도 다수 참석했던 지난 10일 운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이다. 일부에서 강령개정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구실을 잡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회의를 무산시키려던 중 강령개정안 가결 선포가 하나의 '신호'가 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 도중 폭력사태가 빚어지자, 유시민 공동대표와 진행요원들이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를 감싸 보호하고 있다. ⓒ뉴시스 |
천호선 대변인은 중앙위 파행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과 당원들께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이대로 통합진보당의 자멸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국민앞에 진실을 밝히고 철저하게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간절히 부탁드린다.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며 "이번 중앙위가 아무런 결정 없이 무산되면 당은 대표단도 없고 과도기를 담당할 비대위도 없이 표류하게 된다. 결코 중앙위를 무산시킬 수 없다. 곧 민주적으로 이뤄지는 중앙위원회를 속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당권파 쪽인 우위영 대변인은 상반된 해석을 했다. 우 대변인은 파행의 원인을 전적으로 심상정 대표에게 돌렸다. 우 대변인은 "심상정 대변인이 중앙위 성원 문제를 제기하며 일방적인 안건처리에 반대하는 중앙위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해 발생한 일"이라며 "통합과정에서 만장일치 합의정신을 최대한 발휘하자고 했던 약속이 무너진 것에 대한 중앙위원들의 정당한 항의를 거부한 결과"라고 일부 당원들의 물리적 저지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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