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끊기며 통신도 두절…알시파 병원 환자 상황 파악 불가·가자에 구호 트럭도 진입 못해
가자지구의 통신이 거의 끊김에 따라 알시파 병원 내부 상황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병원 내부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어진 것으로 보여 환자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16일 팔레스타인 통신 회사 팔텔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료 반입이 허용되지 않음에 따라 네트워크를 유지할 모든 에너지원이 고갈돼 가자지구의 모든 통신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 병원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통신 두절로 위중한 상태의 어린이와 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을 포함해 알시파 병원 650명 가량 환자들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구호단체 적십자와 조율해 환자들을 가자지구 남부 및 이집트로 이송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며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알시파 병원장인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도 성명을 내 병원에 환자 약 650명, 의료진 약 500명, 피난민 약 5000명이 있는 가운데 "저격 작전이 계속돼 누구도 다른 건물로 이동할 수 없으며 동료들과의 연락도 끊겼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의료진 또한 다른 건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병원에 물과 산소가 고갈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비난에도 이스라엘군이 확실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알시파 병원 내부에서 장기간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BBC는 콘리쿠스 대변인이 방송에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구축했다고 주장하는 네트워크의 "정확한 규모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몇 주"가 소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콘리쿠스 대변인은 방송에 "우리는 아직 병원 전체를 수색하지 않았다. 전체 수색에 근접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스라엘군 당국자가 "군인들이 한 번에 한 건물씩 각 층을 수색하고 있고 병원에 수백 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 내 연료가 고갈돼 구호기관의 활동 중단이 현실화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전날에 이어 16일에도 가자지구로 구호 트럭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쪽 라파 검문소를 통해 트럭이 한 대도 반입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연료 부족으로 구호품을 배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UNRWA는 연료 고갈로 인한 통신 두절로 인도주의적 수송을 조율하거나 관리할 수 없게 돼 17일에도 구호 전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UNRWA 집행위원장인 필립 라짜리니는 16일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됐다. UNRWA 활동의 목을 조이고 마비시키려는 고의적 시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도주의 기관이 연료를 구걸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15일 구호품 수송에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2만 3000리터의 연료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했지만 UNRWA 쪽은 해당 규모는 하루 필요한 분량의 9%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용도를 제한해 병원, 빵집, 담수화 시설 등 긴급히 필요한 시설에서 연료 사용이 불가능해 16일부터 "거리에 미처리 하수가 그대로 흐르기 시작했다"고 라짜리니 위원장은 설명했다.'남부로 대피하라'던 이스라엘, 남부에도 대피 촉구 전단…지상전 확대 수순?
한편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하고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도 진격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로이터>는 16일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동부 지역에 대피를 촉구하는 전단을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전단엔 "안전을 위해 즉시 거주지에서 나와 알려진 대피소로 향하라"는 명령과 함께 "테리리스트나 테러리스트 시설 근처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목숨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테러리스트가 사용하는 모든 집이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앞서 이스라엘은 북부 지상군 진입 전후 대피를 북부 주민들에게 촉구하는 유사한 전단을 배포한 바 있어 지상전 지역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이 북부 주민들을 계속해서 남부로 대피하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남부 일부 지역에까지 대피령이 내리며 지상전 확장 땐 민간인 피해 급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가자지구 북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만 명 가량이 칸유니스, 데이르 알발라, 라파 등 가자지구 중부 및 남부로 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피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상자 집계의 기준이 되던 병원이 마비된 뒤 더 이상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는 가자지구 보건부의 마지막 사상자 집계에 의하면 지난 10일 기준 가자지구에서 1만 1078명이 사망했고 2만 7490명이 다쳤다. 한 달 만에 이 지역 주민 57명 중 1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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