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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사 탐방 대장정, 곳곳에 스러진 민초들을 기리며…
[손호철의 발자국] 74. 마치며 : 역사의 토건화, 역사 지우기, 진실과 화해
한국근현대사 기행이 이제 끝났다. 이번 기행은 지난 해 봄 답사를 시작해 8월부터 <한국일보>에 주 1회씩 30회를 전면 연재한 뒤, 올해 3월부터 <프레시안>에 주 3회 연재해 1년 만에 총 103곳을 다루었다. 이번 답사는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재작년 정년
이승만‧박근혜 몰아냈던 광장, 지금은 '그들만의 축제'
[손호철의 발자국] 73.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 광장민주주의와 촛불은 어디로?
최인훈의 <광장>. 1961년 4‧19혁명 직후에 나왔으니 이미 60년이 지났지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최인훈은 남한은 개개인들의 사적인 공간인 '밀실'은 넘쳐 나면서도 모두를 위한 공적 공간인 '광장'은 황폐한 곳으로, 반면에 북한은 모든 것이 광장이며 개인의 시적인 영역인 밀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렸다. 소설 제목처럼 그
여의도에서 시작해 킨텍스에서 끝난 '진보정당 황금기'
[손호철의 발자국] 72. 서울 여의도 : 비극으로 끝난 민주노동당의 실험
'심장에 새겨 세우며.' 우리 민주화운동의 실질적인 '국립묘지'인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 있는 노회찬 전 의원의 묘비 뒷면에는 그의 오랜 친구인 장석 시인이 쓴 글이 새겨져 있다. 노 전 의원은 1987년 이후 부활한 진보정당 운동의 핵심 기획자였고 주역이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선생이 잘 지적했듯이, 정치 역시 좌와 우, 진보와
뒤늦게 만개한 한국 노동운동, 민주노총 현주소는?
[손호철의 발자국] 71. 서울 정동 : 자주적 노동운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예외주의와 노동운동의 때늦은 개화.' 이제는 정동으로 이사한 영등포 로터리의 옛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서자, 문득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1997년 7/8월호에 썼던 글의 제목이 생각났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슈타인이 "왜 사회주의인가"라는 유명한 창간사를 쓴 세계적인 좌파잡지인 이 잡지가 정리해고를 합법화하는 김영삼 정
여성운동가 이태영, 5백년 묵은 '차별의 벽'을 부수다
[손호철의 발자국] 70. 서울 여의도 :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세대주입니까?' 코로나19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엉뚱한 질문이 나타났다. 아니 코로나 지원금 신청하는데 왜 세대주가 필요한가? 21세기지만, 우리 사회는 이처럼 가족제도 속에 엄청난 가부장제와 비민주적인 구조가 내재해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 우리는 정치란 정부, 선거와
시민단체인가 관변단체인가, 갈림길에 선 시민운동
[손호철의 발자국] 69. 서울 통인동 : 한국시민운동,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
'참여연대정부'. 문재인 정부에 붙은 별명 중의 하나다. 조국(전 민정수석,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 주중대사), 김상조(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연대 출신이 문재인 정부의 요직에 다수 포진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뒤인 2018년 <중앙일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와 내각 등에 참여연대 출신
'연세대 사태'가 부른 학생운동의 추락
[손호철의 발자국] 68. 서울 연세대 : '민주화의 주역' 학생운동은 어떻게 몰락했는가?
"나는 대학시절 감옥을 가기 시작해 평생 운동권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오기 전 한국정부의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탄압에 대해,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비판적인 글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한국 정부의 한총련 탄압을 규탄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습니다." 남북관계가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과 관련된 조문 논쟁 후 급냉각한 1996년 8월 말
어느 신부의 '마녀사냥', 뒤늦은 무죄 판결에도 사과는 없었다
[손호철의 발자국] 67. 서울 서강대 : '한국판 드레퓌스'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의 비극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1991년 5월 8일 서강대 박홍 총장은 기자들 앞에 성경을 들고 나와 그 위에 손을 올린 뒤,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존경받은 신부에 명문대 총장이 성경까지 들고 나와 이야기를 하니, 그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고 온 나라가 시끄러워졌다. '민주화 시대'의 대표적인 마녀사냥으로 '한국판 드레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손호철의 발자국] 66. 서울 명동성당 : '민주화운동의 결절점' 6월 항쟁의 빛과 그림자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대통령을 체육관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던 1987년 1월 16일, 치안본부장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서울 대학생 박종철의 죽음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경찰사에 두고두고 남을 기이하고 망신스러운 사망경위 설명이다. 한국현대사를 딱 한군데만 나눈다면
독립투사‧민주투사 마지막을 지켜본 사형장 '통곡의 나무'
[손호철의 발자국] 65. 서울 서대문형무소 : 독립운동과 민주변혁, 민주화운동의 학교
"너 몇 학년이야?" "2학년인데요." "야 이 새끼, 너 일학년 때 뭐로 왔어?" "예?" 이제는 역사박물관으로 변한 서대문형무소 감방 앞에 서자, 어언 50년 전 18살의 대학 2학년 생으로 이곳에 벌벌 떨며 들어와 감방장과 나눴던 첫 대화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감방에 들어가자 제일 고참인 감방장이 몇 학년이냐고 물어, "내가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