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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 "'석궁사건'은 판·검사 오만의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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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 "'석궁사건'은 판·검사 오만의 방증" 석궁사건 판결 비판…"검사들 타산지석 삼아야"
김명호(50)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 사건'과 관련해 현직 부장검사가 판결문 표현의 문제를 지적하며 검사들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글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강영권 공판전문 부장검사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지난 23일 '타산지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판결문을 읽고 제일 먼저 가슴이 뜨끔했던 것은 판결문 중의 '현저하게' 라는 표현과 '마지막에 더 이상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표현이었다"며 "저도 불기소 결정문에 그런 표현을 많이 써 왔기 때문에 그 표현이 가슴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판결문을 읽다보니 이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판ㆍ검사들 오만하고 냉정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강 부장검사는 "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 모 교수는 학교에서 해직된 이후 해외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10년간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 왔던 사람이다. 귀국해서는 교수 복직을 위한 고소, 고발 등 형사투쟁과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싸워 왔고, 1인 시위에도 몰두해 왔던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기댈 곳은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뿐이었기에 교수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사람에게 판결문에서 '기준에 현저하게 미달한다', '더 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표현으로 내쳐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마 부지불식간에 정형화된 표현이기에 썼을 것"이라며 "그런 표현을 무심코 쓴다는 것 자체가 판사뿐 아니라 검사가 고압적이고, 오만하고 냉정하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판결문을 예로 들어 우리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라며 "분쟁의 와중에 휩쓸려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해서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자는 것, 그리고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대로 하는 것보다 사건 원인 찾아내는 노력 중요"

그는 '교육자적 자질' 논란에 대해서도 "연구 능력을 갖추기는 했지만 교육자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교수 직을 해직하자 다투고 있는 사건"이라며 "그런데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대학에서 두 가지 기능을 원만히 수행하는 사람만이 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피상적인 논리라는 생각이 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법대로, 또는 법의 이름으로 라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사건 속에 깊이 숨겨진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사나 검사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신성한 사법권 운운하며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는 글의 서두에서는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판사를 테러하는 나라가 어떻게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그런데 특이하게도 사이버 상에는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법원에서 깜짝 놀라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에서는 어떻게 국민들이 이럴 수 있느냐면서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침해라고 논평하는 등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저도 이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검사나 판사가 참으로 겁나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전에는 '검찰청이나 법원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사람을 우습게 알았더니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신성한 사법권 운운하면서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법관들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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