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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없으니까, 계속 중금속 속에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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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없으니까, 계속 중금속 속에서 살아라? [프레시안 뷰] 우레탄 설치 학교 43.8%가 기준치 10배 이상 납 검출

지난 3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납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늦기만 했습니다. 지난 7월 27일에서야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실태 조사 결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우레탄 트랙과 운동장을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1475억 원 정도 되는데, 그 예산이 없어서 '단계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부 예산 170억 원과 시·도교육청 예산 170억 원을 합친 340억 원으로 ① 운동장 전체가 우레탄으로 되어 있는 운동장과 ② 유해 물질이 과다하게 검출된 학교부터 우선 교체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된 학교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내년(2017년) 상반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모자라는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것도 '공염불'에 불과한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우레탄 트랙 교체 예산 776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입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문제가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뻔히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학생들에게 그냥 학교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상당수 학교에서는 트랙과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교육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모르쇠'하겠다는 것입니다.

국가예산 규모가 연간 387조 원이 넘는 국가에서, 1475억 원의 예산이 없어 '납 범벅' 트랙과 운동장을 방치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이런 상황이면 연간 1조2000억 원의 정부 일반 예비비라도 써서 공사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작년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할 때에는 예비비를 쓰더니,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곳에는 예비비를 쓰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우레탄 트랙 설치학교의 43.8%가 기준치의 10배 이상


이처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7개 시·도 교육청이 조사한 결과를 들여다보면 충격적입니다. 언론에서는 주로 '우레탄 트랙이나 운동장이 설치된 2763개 학교 중 64%인 1767개 학교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라고만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함정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기준치를 약간 넘어선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 아닙니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준치(90㎎/㎏)의 10배 이상이 검출된 학교만 하더라도 1209개 학교에 달합니다. 기준치 이상이 검출된 학교의 대부분이 기준치의 5배 이상을 넘어섰습니다.



따라서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능한 모든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즉시 교체를 해야 합니다.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에도 학생들이 중금속에 노출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체 방식도 문제입니다. 우레탄이 문제가 된 상황인데도, 다시 우레탄으로 교체를 하겠다는 학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레탄을 우레탄으로 교체하겠다는 학교가 1459개 학교로 83%가 넘습니다. 학교별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표. 우레탄 트랙/운동장 교체유형(교육부 자료)



그러나 과연 이런 선호도 조사 결과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레탄이 아닌 마사토로 교체해야

최근 업체들이 '친환경 우레탄'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석유화학제품인 우레탄에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전문가들도 친환경 우레탄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된 학교 중 30% 정도에 해당하는 522개 학교는 우레탄에 관한 한국산업규격(KS)이 제정된 이후에 설치된 학교들입니다. 규격제품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말을 믿고 또 다시 우레탄을 설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행히 경상남도 교육청, 전라북도 교육청의 경우에는 교육청 방침으로 우레탄 대신에 마사토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학교별로 방침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교육청, 학교는 어떤 입장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학부모들과 학생들, 교사들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자기 학교의 우레탄 트랙/운동장에서는 얼마나 높은 수치의 중금속이 나왔는지를 파악하고, 빠른 교체를 요구해야 합니다. 우레탄을 우레탄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마사토 등 다른 방식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기 학교의 우레탄에서 얼마나 높은 중금속이 나왔는지는 녹색당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은 17개 시·도교육청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서 전라남도 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교육청으로부터 검출 수치까지 포함된 자료를 받아 공개했습니다(전라남도 교육청은 기준치 초과 여부만 공개하여 추가 정보공개청구를 진행중입니다.).

(☞바로 가기 : )

한편 정부와 교육청에 대해서도 요구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1475억 원이 없어서 '즉시 교체'를 못한다는 무책임한 얘기를 계속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가용 재원을 동원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우레탄이 아니라 마사토 등으로 교체를 해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시·도 교육청도 자기 지역의 학교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교육청처럼 우레탄은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이 정도 문제도 풀지 못하면서 '안전'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학생들은 납으로 범벅이 된 트랙과 운동장에서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여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해 온 것입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지 않도록, 이제는 '안전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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